본문 바로가기
흐르는 섬 <2025~2029>/<2026>

여기 사람 있어요~

by 자 작 나 무 2026. 5. 17.

2026-05-17
오후 1시 반에 출발한 버스를 타고 딸이 대전복합터미널에 도착한다고 했다.
마중을 나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나 씻었다.


버스를 세 시간 넘게 타고 온 아이에게 또 다른 버스를 갈아타고 돌아오게 하는 일이 마음에 걸렸다. 여전히 피로가 다 빠지지 않은 몸을 끌고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는 집 근처 싱싱장터에 들러 간단히 장을 봤다.


이상하게도 몸이 지칠수록 먹을 것을 더 찾게 된다.
정신적인 허기, 어쩌면 가짜 허기가 식탐을 부른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다.
나도 아무도 찾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찾아서 불러볼 대상이 없다.


부르면 와줄 사람, 부르지 않아도 내 부재를 알아차릴 사람, 그런 이름이 내 곁엔 없다.
이제는 긴밀하게 이어질 관계가 아니라면, 그 누구에게도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다. 그럴 여력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더 이상 스쳐 지나갈 사람들에게 내 시간을 조금씩 나누어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볍게 만나고 가볍게 흩어지는 관계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위로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오히려 더 깊은 피로가 된다.
나는 스쳐 지나갈 사람을 가볍게 만나기에는 너무 진지한 사람이다.
혹은, 이제는 그렇게 가벼운 관계를 견딜 만큼 젊지 않은 사람인지도 모른다.

 

'흐르는 섬 <2025~2029> > <2026>'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흐......  (0) 2026.05.25
삶을 좁히는 시간  (0) 2026.05.23
한 올씩 떠서 갚아낸 것  (0) 2026.05.16
은퇴  (0) 2026.05.16
동네 장미 정원  (0) 2026.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