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03
지난 주말에 사전투표를 했기에 오늘은 숙제가 없다.
일을 힘들게 많이 하기도 싫고, 너무 애쓰며 살고 싶지도 않다. 지금의 생활에 그다지 불만은 없지만, 경제력이 된다면 딸을 분가시켜서 더 편하게 살 수 있다면 그렇게 해주고 싶다.
나는 누군가 같이 있는 게 좋지만, 딸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 사는 곳보다 규모가 더 작은 아파트를 하나씩 얻어서 독립하는 것? 아무래도 보증금, 월세, 관리비 등의 고정 지출이 늘 테니까 게으르게 살고 싶은 우리 모녀에게 좋은 대안은 아니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수입원이 없으므로 더욱 그러하다.
그렇다면 현재 이 삶의 테두리 안에서 안정적인 삶을 지속하게 해주는 게 내 숙제겠지. 중학교에 근무하는 게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확실히 야근은 줄어들었다. 방전된 상태로 돌아와서 충전하는 게 일인 요즘의 내 삶이 어떻게 달라져서 이 삶을 지속하고 효율적인 경제 순환 고리 속에 들어갈 것인가.....
이런 건 다음에 에너지 넘칠 때 생각해 보기로 한다.
애초에 가족이었던 사람, 뒤에 태어나서 가족이 된 내 딸 외엔 타인과 동거해 본 경험은 하숙집 룸메이트가 전부다. 일시적인 필요에 의해 동거하는 것과 서로 합의하에 삶을 나누는 것은 상당히 다르겠지. 일시적인 필요에 의한 동거 상태에서는 너무 불편한 대상과 룸메이트가 되니까 사는 게 힘들었고, 좋아하는 사람과 룸메이트가 되니까 여러 가지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다.
혼자 산책하고, 혼자 도서관에 가는 건 워낙 익숙한 일이어서 괜찮다. 혼자 식당에 가고 혼자 여행도 다니지만 그렇게 재밌진 않다. 딸이 어떤 삶을 설계하고 살게 되는지에 따라 내 인생도 영향을 좀 받기는 하겠지만, 나는 나, 너는 너. 나도 계획은 있어야 하는데 내 인생엔 아무 계획이 없다. 딱히 하고 싶은 것, 딱히 되고 싶은 것 없으니 하기 싫은 것, 마주치기 싫은 것만 잘 피하면 그만이다.
*
딸이 취직한대서 중고차도 사줬고, 딸이 그 직장을 일주일 만에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겠다고 해서 새 노트북도 사줬다. 그래도 아직 부모 노릇 할 건 다 한다. 돈을 써야 하는 부분에 한해선. 그 외엔 그저 동거인이다. 뭔가 함께 하는 일은 드물다.
그저 그런 사람 만나서 대충 맞춰서 남은 인생을 그럭저럭 참고 견디며 살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아니라고 생각하면 바로 지나쳐버린다. 나는 지극히 감성적이고 감정적인 사람이기도 하지만, 엄청나게 이성적인 존재다. 그래서 사람의 다양한 감정을 이해하지만, 지극히 감정적인 일을 하진 않는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 발을 빨리 뺀다. 이런 상태의 나란 존재와 어울리는 사람을 찾아내거나 만나는 건 쉽지 않을 거다.
적어도 내가 생각한 것을 꺼내면 그걸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는 있는 지적 수준은 돼야 대화가 될 테니까. 그래서 앞으로 인연이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딸이 돈 벌어서 분가하면 나는 혼자 살아야 할 테고. 좀 심심하긴 하겠다.
오늘은 푹 쉬는 날. 시간이 있어도 밖에 나가서 뭔가 하며 쓸 에너지가 없으니 혼자 편하게 쉴 수 있는 이 시간이 좋다.
정신적인 스트레스 상황이나 복잡하게 얽힌 가족 관계 속에 들어가지 않아도 좋을 단출한 1인과 나의 결합 정도 이상은 어렵겠다. 오늘 시뮬레이션은 이걸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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