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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03~2009>/<2005>

엄살과 땡깡

by 자 작 나 무 2005. 7. 7.

신경이 손상을 입고 내려앉았던 이 신경치료를 일주일간 끝내고 오늘은 석 달 전에 식립한 임플란트가 잇몸 밖으로 나오게 하는 2차 수술을 했다. 1시간 넘게 입을 벌리고 있었더니 아주 끔찍하기 짝이 없었다.

 

이 다섯 개를 한꺼번에 손보려니 금액의 손실은 물론이요, 매번 치과에 나가야 하는 것부터 치료 중에 맞아야 하는 마취 주사며 상처 나는 많은 부위에 오는 애매한 통증들이 그동안 나를 무척 괴롭게 했었다. 오늘로써 힘든 과정은 끝났다고 말했지만 오늘이 가장 힘들고 아팠다. 지금도 입안에 오는 통증 때문에 뒤통수로 냉기가 죽죽 뻗치는 것 같다.

 

의외로 시간이 오래 걸려서 돌아오니 해놓은 밥, 퍼서 먹는 것도 귀찮고 병원 다녀오는 길에 아프고 서러운 기분이 북받쳐 집에서 밥 먹기 싫어 근래에 주중엔 좀처럼 하지 않던 외식을 했다. 어제 삼순이 보다가 삼겹살 구워서 마늘이랑 먹는 이야기에 입맛이 동해서 오늘 꼭 삼겹살 한 점 구워 먹으리라 생각했던 것이 어디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툭 튀어나와 집 근처 고깃집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마트에서 파는 삼겹살 값이 워낙 비싸서 차라리 아이랑 둘이 먹기엔 여름 한 철 돼지고깃값을 내린 그 음식점에서 먹는 게 훨씬 저렴하고 덜 번거롭다. 집에 돌아오니 기운이 빠진다. 밥은 잘 먹고 왔는데 입안은 여전히 아프고 말도 잘 못 하겠고, 산책 가자는 아이에게 아프고 피곤하다는 핑계를 대고 잠시 컴퓨터 앞에 앉았더니 눕고 싶은 생각만 간절하다.

 

이럴 땐 누군가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괜히 칭얼칭얼 어리광 섞인 엄살도 부리고 싶다. 이런 기분이 싫어서 음식을 잔뜩 맛있게 먹고 왔는데 가슴에 쌓인 한탄이 삼겹살 먹은 것으론 성에 안찬지 터져 나오고야 만다.

 

내게 마음을 짓누르는 듯한 서글픔이나 서러움은 표면적인 사건들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내재하여 깔린 많은 사건과 연관 지어져 있음으로 인한 것이라 이런 상태에서 내 심기는 몹시도 복잡하고 걷잡을 수 없어서 이럴 땐 아무도 만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잘 수 있으면 잠을 푹 자버리는 게 제일 좋은 약인 것 같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할 경우, 최대한 단순한 상태로 나를 재단하여서 되도록 멍청해질 것을 자신에게 권고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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