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섬 <2020~2024>/<2021>245 욕지도 여행 2021-05-22 2024. 12. 15. 2021-01-28 2021-01-28 앞머리를 짧게 잘랐다. 그러자 거울 속에 철없던 30대의 내 모습이 어렴풋이 비친다. 물론 그때보다는 형편없이 늙었지만, 이 나이라면 아직도 청춘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때는 여자 나이 마흔이면 아무 쓸모없는 존재가 된다고 여겼다. 읽는 책마다 그렇게 쓰여 있었고, 나도 그 이야기를 믿었다. 그래서 십 대 시절에는 서른까지만 살고 죽어야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물론 진지한 생각은 아니었겠지만, 그때는 서른이 되면 인생의 정점에 이르렀다고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돌이킬 수 없는 것들에 대한 회한은 이제 그만 접어두어야겠다. 젊었을 때 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컸을 테지. 남들처럼 살아보지 못한 삶에 대한 아쉬움도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어울리지 않.. 2024. 8. 22. 12월 31일 어쩌면 별로 의미 없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내 기억 속에 잠시 머물다 사라질 모습을 담아서 어느 순간 그 기억을 재생하는 기억의 단점을 돕는 것이 내가 찍어서 남기는 사진의 의미가 아닌가 싶다. 12월 31일 방학하는 날의 내 일과는 정말 피곤하기 짝이 없었다. 딸에게 가식적인 모습 보이지 않고 뭔가 숨기고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지. 뭐든 다 말할 수 있는 내 소중한 친구. 고맙다. 네가 내게 와줘서..... 여태 건강하게 내 곁에 있어 줘서 그래서 내가 여태 잘 살아냈어. 사랑한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잘 살면서 돌아서면 내가 언제든 네 뒤에 서 있는 사람이 되어줄게. 고맙고 또 고마운 존재다. 자식은 내게 그러하다.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준 딸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2022. 1. 6. 12월 15일 2021. 12. 17. 12월 7일 낮 근무만 하고 집에 일찍 돌아왔더니 피곤한데 부쩍 외롭다. 해야 할 일은 산더미 같은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누군가 만나고 싶고 사람에게 기대고 싶다. 그래도 울지는 않고 꿋꿋하게 잘 버텼다. 갑자기 흰머리가 수북하게 올라온 오른쪽 머리를 보니 때가 되었다. 헤나 염색을 하고 몇 시간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다 보니 하루가 금세 간다. 내가 뭘 원하는지 생각해본다. 그냥 껍데기 멀쩡하고 눈에 좋아보이는 사람을 찾는 것만은 아니다. 마음을 날것으로 꺼내놓고 기대도 될 사람. 눈에 차면 마음에 차지 않고, 마음에 차면 누구라도 멋져보이는데 그런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훔치거나 열어볼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 아직 이런 생각 하는 것을 보니 어쩌면 다행인가? 더 늙어지면 못할 망상? 철 없어서 참 좋네.. 2021. 12. 7. 실수 어제는 정신이 좀 빠진 사람 같았다. 일요일에 도서관에 가면서 외투로 적당히 가리면 된다고 생각하고 한 번 까먹은 것을 시작으로, 월요일 출근하면서도 잠옷만 벗고 그대로 외투 걸치고 밖에 나간 거다. 버스에서 내려서 걷다보니 어쩐지 허전하다. 적당한 압박감이 느껴져야 정상인데 뭔지 모르게 이상하다. 집에 다녀오기엔 이미 멀리 와버렸고, 일단 출근해야 하니까 그냥 갔다. 괜히 코트 자락을 더 꽁꽁 여민다. 아무도 보는 사람도 없고 알지도 못할 텐데, 내가 아니까 세상이 다 알 것처럼 불안하다. 그게 뭐라고~ 다행히 1교시가 비어서 집에 얼른 다녀왔다. 멋쩍게 같은 사무실 다른 분께 그 이야기를 했더니 자긴 종종 그런 실수해서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지낸다고 말했다. 나는 생전 처음한 실수인데 다른 사람은 더.. 2021. 12. 7. 기적은 없어 가슴에 손을 얹고 심장을 진정시키고 생각해본다. 잔잔한 호수 같은 마음이 그린 그림 위에 떠오른 달처럼 그리운 이 하나 있는지...... 나는 누구인가에게 그런 사람일 수 있는 사람이었는지, 그런 인연을 이어보기나 했는지...... 그리워할 이름 하나 없구나..... 그만큼 얽힌 인연도 없으니 차라리 감사할 일인가. 가슴과 가슴이 만나는 인연은 쉽지 않다. 절름발이 같은 굽높이 다른 신을 신고 걸으며 삐죽삐죽 어긋나는 눈높이. 내 눈에 좋아보이는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서로 좋아하게 되는 만남은 기적에 가까운 일인 것 같다. 내 인생에 다시 그런 기적은 없는 거다. 2021. 12. 7. 12월 5일 도서관에서 이틀 연이어 반납하라는 문자를 받았다. 내일로 미루면 또 독촉 문자를 받게 될 테니 머리 안 감아도 집 근처 도서관이니 마스크 쓰고 나갔다. 일요일 낮엔 생각보다 의외로 따뜻했다. 빌린 책 반납하고, 나온 김에 운동장 몇 바퀴 걷고 가려고 근처 학교 운동장에 들어갔다. 일단 기분 좋게 한 바퀴 뛰고 나니 금세 땀이 찬다. 더워서 외투를 벗고 걷고 싶은데...... 아뿔싸~ 뭔지 허전하다. 더운데 그대로 두꺼운 외투를 입고 걷기엔 곤란한데 벗을 수도 없다. 어쩔 수 없이 어렵게 마음먹은 운동은 금세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전날 밤에 삶아 놓은 닭과 전복 삶은 국물을 넣고 죽을 끓였다. 딸내미 없어서 닭개장은 생략하고 삶은 닭도 듬뿍 넣고 끓여서 한 끼 맛있게 먹었다. 이 나이에 늦둥이 낳을 .. 2021. 12. 7. 12월 4일 신거제대교 방향에서 거제대교가 보이는 자리에 한때 '하와이 새우 트럭'이라는 새우 요릿집이 있었다. 그 건물 전층이 이젠 '녁'이라는 이름의 카페다. 7층엔 전망이 좋지만 사람이 많다. 2층에서 거제대교가 보이는 이 자리가 마음에 든다. 혼자 앉아서 하염없이 바다나 보고 해지기 전까지 앉았다 오면 좋겠다. 언젠가 평일 낮에 가서 저 자리에 앉아야겠다. 올해 처음 본 크리스마스트리. 밖에 다니지 않다가 오랜만에 카페에 갔더니 여기 사진 찍으러 손님이 온다는 말이 뭔지 알겠다. 며칠 전에 동네 마트에서 먹거리를 온통 과일만 사다시피 했는데 오늘은 단백질 식품만 주로 샀다. 부침 두부 한 모 으깨 넣고 채소 종종 썰어 넣고 버무려서 굴전을 부쳤다. 혼자 먹는다고 한 판만 부쳤는데 먹다 보니 너무 맛있어서 한 .. 2021. 12. 4. 12월 3일 아침 출근, 다리 건너며 버스 안에서 유리창 너머로 대충 찍은 사진 새로 산 아이폰 덕분에 사진이 매일 몇 장씩 남았다. 사진이 있어서 일기도 간단하게 쓴다. 이 정도만 기록해도 사진 보면 그날 있었던 일 몇 가지는 기억하게 된다. 학생 서너 명만 남아도 야간 자기 주도 학습 시간에 관리할 사람이 필요하다. 금요일 저녁에 내 차례였다. 저녁 급식으로 마라탕이 나와서 아주 맛있게 먹었다. 딸이랑 진주에서 사 먹은 것보다 훨씬 맛있었다. 매달 불청객이었던 것이 반가운 손님처럼 대접 받는, 아니 어쩔 수 없이 그 마음으로 맞이하는 통증과 복잡한 호르몬의 향연, 기억나지 않을 테니 기록해둔다. 아직 건강하다. 그래서 이런 통증에도 감사해야 한다~라고 생각하지만 통증과 불쾌감까지 마냥 감사할 수는 없겠다. 이번에.. 2021. 12. 4. 12월 2일 기온이 갑자기 뚝 떨어져서 추운 날이었다. 불쑥 내 인생에 끼어든 사람 중에 어떤 사람은 멋대로 끼어들었다가 내가 신경 쓸만하면 그냥 나가버린다. 화면에서 아웃~ 아무도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는다. 오해하고 싶지 않아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퇴근길에 바람이 좀 차가워서 다리를 건너지 않고 해저터널로 건넜다. 수중 터널이 아니라 해저터널인데 이곳에 오는 사람 중엔 해저터널은 수중 터널, 아쿠아리움쯤으로 상상하고 오는 사람도 더러 있다. 2021. 12. 4. 12월 첫날 여전히 씩씩하게 혼자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아침엔 천천히 걷기엔 마음이 조금 급하다. 가다가 눈에 띄는 나무나 하늘빛에 반하면 사진도 찍어야 하고, 아침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원두 갈아서 커피도 내려서 한 잔 마셔야 하니까. 이 길은 소위 말해서 뒷길이다. 정문쪽 길이 조금 더 멀어서 급식소 차량이 드나드는 아침에 열어놓은 뒷문으로 등교한다. 옛날엔 이곳은 동네 사람이 빨래하러 다니던 냇가였다. 덮어서 길이 났고, 옛날엔 다듬어지지 않은 도랑 옆에 학교 담장이라곤 탱자나무 울타리였다. 이 학교 출신 방송작가 초청 강연회가 있었다. 나둘숙 작가가 통영 사람이구나..... 2021. 12. 4. 11월 30일 어제 오후 퇴근길에 집으로 걸어가다가 딸 전화를 받았다. 에어팟 프로를 끼고 주변음 제어하고 통화하면 바깥소리가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아서 대화에 집중할 수 있다. 그런데 에어팟 왼쪽 것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니 주변음 제어가 되지 않았다. 아침에 긴 머리를 감고 드라이기로 말릴 때 역시 에어팟 프로를 끼고 노이즈 캔슬링 상태로 뉴스를 듣는다. 그 시각에 흘러나오는 뉴스를 놓치기 싫어서 노이즈 캔슬링 효과를 꽤 유용하게 쓴다. 오늘 아무리 만져도 역시 왼쪽 기기에 문제가 있어서 스테레오도 안 되고, 노이즈 캔슬링도 안 되는 거다. 애플에서 수리받으려고 앱을 하나 깔고 따라서 이것저것 하다 보니 문제가 해결돼서 서비스받으러 가지 않아도 되겠다. 친절한 설명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보니 기분이 좀 가벼워진다. .. 2021. 11. 30. 아이폰 13 pro로 찍은 첫 풍경 사진 11월 29일 오늘, 마감 넘긴 문서를 제출하기 전까지는 정신없었다. 피곤하고 아프고 힘들어서 사진 한 장 편하게 찍을 여유가 없었다. 지난주에 새 폰을 받았는데 오늘에야 첫 풍경 사진을 찍었다. 오늘 퇴근길에 본 풍경 저기 떠나가는 배 거친 바다 외로이 겨울비에 젖은 돛에 가득 찬바람을 안고서 언제 다시 오마는 허튼 맹세도 없이 봄날 꿈같이 따사로운 저 평화의 땅을 찾아 가는 배여 가는 배여 그곳이 어드메뇨 강남길로 해남길로 바람에 돛을 맡겨 물결 너머로 어둠속으로 저기 멀리 떠나가는 배 너를 두고 간다는 아픈 다짐도 없이 남기고 가져갈것 없는 저 무욕의 땅을 찾아 가는 배여 가는 배여 언제 우리 다시 만날까 꾸밈없이 꾸밈없이 홀로 떠나가는 배 뒤에 남겨진 이는 서럽다. 차라리 떠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2021. 11. 29. 무척 오랜만에 딸이 집에 다녀갔다. 추석 연휴 이후엔 처음이다. 굳이 주말마다 오라 가라 할 이유가 없었다. 가끔 내가 볼일을 만들어서 딸이 있는 곳에 다녀오고 같이 밥 먹고 돌아오는 게 고작이었다. 오늘은 오후 늦게 와서 새로 산 아이폰 13 미니를 받아 갔다. 늦은 점심 겸 저녁을 같이 먹고 아이클라우드에 휴대폰 내용물 꾸러미를 옮기는 동안 잡다한 이야기를 나눈 게 전부였다. 주말 내내 자리보전하고 누워만 있다가 딸이 도착할 시간에 가까워져서야 겨우 몸을 일으켜서 청소기 돌리고, 현관에 수북했던 택배 상자를 정리했다. 참 신기한 것이 그렇게 천근만근이어서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았던 몸이 누군가 온다니까 움직여졌다. 가져온 큰 여행용 가방에 더 가져갈 옷과 신발 등을 간추려서 담고 차 시간에 쫓겨서 나갔다. 그제야 .. 2021. 11. 28. 설령 내 욕망과 부딪히는 일이 있더라도 타인의 욕망을 인정하고, 존중할 것 나와 다른 욕망을 가졌을 뿐. 그것을 비난할 이유는 없다. 어제 갑자기 몰아치던 통증 앞에 눈물마저 글썽여질 때 딸이 마침 전화했다. 이미 주말에 어떤 약속이 있는지 알고 있어서 길게 할 말이 없었다. 약 먹고 누워서 쉬고 많이 아프면 119 누르면 된다. 혼자 있을 때 아프면 나만 손해다. 이제 누가 뭐라거나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감정 조절 잘해야겠다. 입양한 아이를 때려서 죽였다는 뉴스에 심장이 아팠는데 퇴근길에 함부로 사람을 해치겠다고 공언하는 밤길을 어슬렁거리던 어린 학생 입에서 나오는 험한 말에 심장이 쩍쩍 갈라지는 통증을 느꼈다. 나에게 향하는 칼날도 아닌데 아프다. 들어도 아프고, 보아도 아프고, 눈 감아도 아프다. 이.. 2021. 11. 27. 갈증 어제 오후부터 급격하게 기운이 빠지고 말할 수 없을 만큼 상태가 안 좋아져서 놀랐다. 목요일 야근하고 나서서 버스 정류장에서 담배 피우는 남자를 만났다. 멀리 가서 피라고 말하기도 무서워서 내가 자리를 옮겨서 그 남자가 담배를 다 피우고 한참 지나서야 그곳에 다시 갔다. 그랬다가 우리 동네 가는 마지막 버스 기사가 승차 거부하고 나를 외면하는 바람에 갑자기 추워진 바깥에서 멍하니 오래 서 있어야 했다. 막차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지? 택시를 타려다가 기본요금 밖에 안 되는 거리여서 걷기도 하고 버스를 타기도 하는데 그날은 야근 시간이 50분으로 끊어지면 그 시간을 전부 0으로 처리하고 다른 날 야근한 시간과 합산도 안 된다는 말을 듣고 보니 택시도 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왜 이렇게 소심하.. 2021. 11. 27. 11월 22일 사진 수능 끝난 교실에서 어떤 학생이 그린 그림. 나도 그려놨네~ ㅎㅎㅎ 20분 정도 늦게 나왔더니 금세 해가 졌다. 피곤한 월요일...... 다리 건너면서 사진 찍을 때만 해도 견딜만했다. 집에 와서 비빔면 삶아 먹었는데 혼자 먹었더니 정말 맛없다. 다신 비빔면 안 먹고 싶다. 달고 맛없는 소스 팔도 비빔면 꽝이야~ 억지로 견디면서 견딜만 했다고 썼다. 2021. 11. 22. 이전 1 2 3 4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