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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03~2009>/<2006>27

2006-06-08 2006-06-08 00:48:27 보이는 것에 대한 부담이 늘었다는 글을 마지막으로 이글루에 들어와 본 적이 없었다. 다른 곳에 만들어 두었던 블로그는 글을 쓰기 위한 곳이 아니라 잃어버린 인연을 찾기 위한 곳이었다. 어느 봄날 일제히 삭제했다. 더 이상 그 인연을 기다리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므로...... 엠블이 갈수록 더 답답해진다. 나의 구태의연함과 싫증 남이 주원인이겠지만 아끼던 블로거들이 블로그를 하나씩 삭제하면서 블로그에 대한 애착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나는 아직도 그들의 블로그가 그립다. 그들을 직접 만난 적이 없으므로 그들이 그립다고 말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들의 블로그가 그립다고 밖에........ 허공에 날릴 편지를 밤마다 쓰는 것이나 소통 없는 빈 블로그에 글을 .. 2023. 11. 10.
B에 관한 기억 2006/09/28 문득 하숙집 생각이 났다. 6년이나 살았던 그 대학촌의 하숙집. 1학년 가을 학기 즈음 내가 살던 하숙집에 월식하러 왔던 유난히 얼굴 하얀 그 남자. 나보다 나이 많은 선배들은 모조리 아무개 오빠로 불렀던 나는 나이에 비해 어리숙하고 순진하기 짝이 없는 맹탕이었다. 그래도 맑고 나름대로 깊이 있어 보였던 나를 좋아하는 이도 있었다. 여드름 때문에 외모에 대한 열등감이 심했던 탓에 누군가가 나를 좋아한다고 하면 무슨 다른 꿍꿍이가 있는지 의심할 정도로 소심했다. 문득 음악을 듣다가 그 하얀 손이 떠올랐다. 서울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회계사 준비를 하는 동안 우리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했다. 하숙집 식구들이 많아서 밥을 먹을 때마다 식탁에서 마주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았지만 그는 유난히 반짝.. 2018. 8. 3.
겨울바다 * 이 사진과 함께 '겨울바다로 가자...'로 시작되는 유료음악을 걸어놓았었다. 그 아래 블로그 친구분들이 남겨던 주셨던 댓글이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서 옮겨놓는다. 2006. 12. 15.
현태 생일에 2006/11/20 23:29  11월 16일 수능 시험 있던 날은 우리 집에 공부하러 오는 학생, 현태 생일이었다. 1년 전 겨울에 우리 집에 처음 왔을 때에 비해 살이 더 포동포동해진 현태. 다른 학생들도 우리 집에 온 뒤로 죄다 살쪘다. 현태가 먹고 싶다고 주문한 치킨에 불고기, 유부초밥, 떡을 차려서 조촐한 생일잔치를 했다. 삼각대를 차 안에 싣고 다니는지라, 찾아서 들고 올라오기 귀찮아 카메라 책상에 올려놓고 타이머로 찍다 보니 어설프게 나온 사진  마침 그 날 들여온 지영이 새 책상과 의자. 나도 저런 것 여태 가져보지 못했는데 7살 꼬맹이에게 미리 입학 선물로 사줬다. 책을 너무 안 읽길래 책 좀 읽어보라고 사주긴 했는데 과연? (거기서 열심히 만화책만 본다.)  태극 문양이 그려진 양말을 .. 2006. 11. 20.
10월 16일 잠이 잘 올 것 같지 않아(잠들어야 하지만 잠들고 싶은 생각이 없다) 와인을 한 잔 마시고 음악을 뒤적이다 잠들이기 좋은 곡을 골라서 듣고 있다. 곧 잠이 올 것도 같다. 달콤한 와인에 자장가...... 무릎베개나 팔 베개까지 있다면...... 그래도 어쩐지 가을밤에는 깨어 있고 싶다. 풀벌레 소리 파르르 떨리는 산속에서 입김이 나도록 시린 공기를 호흡하고 싶다. 문득 남해에 가고 싶다. 그리운 것들이 하나둘씩 별처럼 얼굴을 내민다. 아득하기만 한 뭍이여, 끝내 섬으로 섬으로 도는 걸음으로 그립다고 그립다고 외치는 그대 이름. 지리산이여, 섬진강이여...... 잊힌 사랑이여...... JOHANN SEBASTIAN BACH(1685-1750) Goldberg Variations in G Major BWV.. 2006. 10. 16.
7월 20일 2006/07/20 22:57 오늘은 먹는 것에서 시작해서 먹는 것으로 끝난 것으로 기억될 만한 하루였다. 아침 약속 시각보다 30분이나 학생이 먼저 도착했고 잠옷 바람에 집안 정리도 안 되어 있어 허둥지둥 학생을 근처 도서관으로 잠시 내몰고 부랴부랴 30분 만에 머리 감고 화장하고 청소하고 아침 챙겨 먹느라 어찌나 바빴던지....... 점심때 초복이라고 삼계탕집에 갔더니 한 시간이나 기다린 후에야 음식이 나왔다. 기다리는 동안 학생들은 휴대폰 꺼내어 열심히 게임하고...... 학생들은 손님으로 보이지 않는지 우리보다 한참 늦게 온 어른(?) 손님들 음식만 먼저 주는 바람에 심통이 났다. 오후에 일 마치고 지영이 데리고 바리데기네 근처에 있는 미용실에 지영이 데리고 갔다. 친구네에서 수다 한 사발 한 후.. 2006. 7. 20.
헌화가 헌화가 당신에게 바칠 꽃이 다 떨어지면 여기와 일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밤새 절벽에 부딪히는 파도소리 듣다 아침이 오면 절벽 아래로 꽃처럼 피어날지도 당신에게 바칠 꽃이 다 떨어지면 깨끗이 저를 잊어주시길 바랍니다 내 마음 알 때쯤이면 당신도 정처 없이 이곳으로 흘러와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이홍섭 詩 지난 여행 때 충청도를 지나 잠시 어느 바닷가에서 잠시 쉬는 동안 한여름 가방 하나 싸서 덜렁 여행길에 나서던 20대 중반 어느 즈음에 처음 걸어보았던 추암의 바다가 떠올랐다. 가슴이 답답할 때 무작정 나서면 강릉으로 내달리곤 했다. 어느 날은 마음먹고, 양양이며 속초까지 다녀오기도 했지만 이제는 강릉 길도 옛말이다. 추암에서 하룻밤 묵고 이제는 너무 유명세를 타서 옛 분위기가 좀처럼 나지.. 2006. 6. 22.
Come away with me Come away with me - Norah Jones 바람이 부는 곳이면 어디로든 떠나고 싶다. Come away with me.... please..... 2006. 6. 8.
이유 주말을 즈음하여 이렇게 지치도록 일을 벌여야 할 이유는 딱히 없었다. 다만, 탈진하도록 지치면 견디기 힘든 그리움의 등쌀에 타는 가슴이 어쩔 수 없이 지쳐 누울까 하여 미련하게 하루를 보낸다. 견디기 힘들 만큼 몸을 부산하게 움직이다 보면 잊힐까..... 그리운 이름의 화석도 뼛속에 묻히어 어느 날 무디어질까..... Ja Vais Seul Sur La Route (나 홀로 길을 가네) Anna German 2006. 5. 26.
컨츄리, 컨츄리 우리 동네에는 개봉관이 없다. 영화가 한참 다 돌고 나서 비디오 테이프으로 나올 무렵에야 냄새가 풀풀 나는 퀴퀴한 상영관에 영화가 들어온다. 그것도 상영 시간에 맞춰서 적절히 잘라주는 묘미까지 곁들여서. 그래서 이 동네에선 영화를 볼 일이 없다. 그나마 새 영화관 하나를 근사하게 짓는 건물이 눈에 띄더니 몇 달째 기척이 없다. 알아보니 두 번째 부도가 났단다. 그 건물이 들어설 자리가 좋지 못한 탓이라는데 하마 언제 완공될까 기다리던 내게는 맥빠지는 소식이었다. 주말을 기다려 진주에나 가야 영화를 볼 수 있다니..... 여기가 촌은 촌인가보다. 그래서 나도 사랑하나 제대로 세련되게 못 하는 어수룩한 촌 X인가보다. 2006. 5. 25.
'그' 재미 내 블로그에 오르는 게시물은 대부분이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들이다. 내 생활 속에서 걸러지지 않은 감정들이 그대로 적나라하게 표현된다. 순간순간 표정이 변하듯 변하는 감정들을 카메라 컷처럼 붙들어둔 것들이 대부분이다. 즐겨 찾기 한 블로그 중 사적인 이야기들이 오르는 블로그를 자주 드나들었는데 그나마 그도 줄어들고 포스팅하는 것도 사진이나 음악 위주로 조금씩 변해가면서 그런 글을 읽던 재미도 줄어들었다. 흥미 위주의 글을 읽어 재미있었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내면을 한 컷 찍어놓은 사진을 보고 나름의 생각을 펼쳐 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 재미있었다. 노련한 글솜씨로 써 내린 작가들의 작품을 읽는 것과는 다른 각별한 맛이 있었다. 이제는 즐겨찾기 해놓은 곳 중 몇 곳을 다녀오고 나면 찾아가서 읽을 .. 2006. 5. 25.
긴 산책 산책 다니던 길에 어느새 오동나무 꽃이 피었다. 흐리고 바람이 불었지만 5월의 바람은 포근했다. 평소엔 다리 건너는 곳을 전환점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코스를 항상 선택해서 걸었지만, 오늘은 시내까지 걸어서 가보기로 했다. 걸어서 건너온 다리가 저 멀리 보인다. 어릴 때 태어나서 자랐던 동네. 우리 집이 있던 자리는 해안도로 확장공사로 허물어지고 공영 주차장이 되었다. 이순신 장군 사당이 있던 저 계단 아래 마당이 있던 넓은 집 한 채가 이젠 기억 속에 아름아름하다. 소꿉놀이하던 마당의 흙이며 채소들, 화단에 가득했던 꽃이며 나무들, 아침마다 들리던 새소리, 뱃고동 소리..... 학교 가는 길에 항상 지나던 길. 대문을 열면 바다가 보이는 이 곳에서 20 년을 살았다. 언제 생겼는지 박경리 시비가 세워.. 2006. 5. 11.
날씨가 너무 좋아서 오랜만에 산책을 나갔다. 그동안 핑곗거리가 많아서 걷지 못하던 길을 걸었다. 지난겨울 이를 악다물고 눈물을 삼키며 걷던 기억이 났다. 연신 쏟아지는 기침과 재채기를 참을 수 없었던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모든 것이 좋아져 있다. 이렇게 주저앉지는 않을거라고 어떻든 나는 열심히 살아낼 거라고 울면서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걷던 길이었다. 어떤 날은 다리 위에서 그냥 뛰어내려버리고 싶은 날도 있었다. 그래도 살다 보면 좋은 날 있을 거라고 울고 있는 나를 다독이며 걷던 길.... 과연 혹독한 겨울을 넘기고 나니 봄날이다. 오늘도 걸으며 한 가지 결심을 했다. 2006. 5. 3.
모녀가 한통속(?) 꼬맹이 앞니가 빠진 지가 오래되었는데 저 이는 언제 다시 나려나? 앞니 빠지고 나선 이 드러내고 웃질 않더니 이번엔 제대로 잡혔다. 아... 우리의 이 가증스런(?) 표정 지영이는 손가락에까지 힘들어갔다. 킥~ 우리가 카메라 앞에서 이런게 어디 한두 번인 가요. 낮에 나가서 결국 한동안 구불구불했던 머리를 좍 펴버렸다. 내 성질에 굽실굽실한 파마머리가 어울리기나 한가. 그냥 생긴 대로 살아야지.... 거울 앞에서 카메라를 들고 설치니 지영이가 날 찍어준다고 한 수 더 뜨길래 같이 셀카 놀이를 했다. 모녀가 카메라 앞에서 가증스러운 미소를 띠는 것엔 한통속!!! 굽실굽실한 머리가 내 이미지를 훨씬 부드럽게 해 준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래도 그런 머리를 손질하고 간수하는데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귀찮았고 푸석푸.. 2006. 4. 21.
4월 21일 용기를 내어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머지않아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어느 블로그 메인에서 본 말인데, 정말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나는 이미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 단계로 들어선 것 같기도 하고 내 생각이 무엇인지도 요즘은 잘 모르겠다. 2006. 4. 21.
어느새 짙어진 초록 저 아이에게서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저만큼 자라는 동안 행여 내 눈길, 내 손길이 없으면 어떻게라도 될까 봐 그렇게 아이에게만 매달려 살았다. 그런데 요즘은 아이를 챙겨서 내려보내고 난 위에서 가만히 바라본다. 아이를 태우러 오는 노란 차가 와서 태워가는 것만 확인하면 집 안으로 들어와 버린다. 집 앞에서 배웅하고 오기 전에 나가서 기다리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우리 사이에도 이만큼 간격이 생겼다. 그래도 불편하지 않을 만큼 아이가 자란 것이다. 아이가 자랄수록 내 가슴에 빈 자리는 더 커져가는 것만 같다. 어느새 초록이 짙어졌다. 초록 앞에서 내가 너무 초라해 보인다. 밀린 잠이나 오전에 실컷 잘까 했더니 하늘이 날 돕는구나..... 하필 오늘 옥상에서 방수작업한다고 부실한 부위를 두드려 .. 2006. 4. 21.
4월 19일 경남 고성군 무이산 문수암에서 내려다본 풍경 이불속에서 펑펑 울고 머리맡에 화장지가 수북하게 쌓인 뒤에야 정신이 조금 들었다. 조금만 울면 코가 막히고 목도 막혀서 오래 울지도 못한다. 오래 울다간 호흡곤란으로 119에 실려 가야 할 지경이 되니 어지간히 울고 나면 어떻든 내 감정을 수습하고 울음을 멈춰야만 한다. 술도 잘 못 마시고 실컷 울지도 못하니 감정이 북받칠 땐 뭔가 가라앉힐 비법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내 눈물이 나 아픔에 스스로 침몰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대체로 슬픔에 깊이 빠져들었다가도 빨리 헤어 나온다. 그 암담한 기분은 몇 주간 쌓인 피로 때문에 더욱 부채질 된 것일지도 모른다. 반가운 전화 한 통, 같이 재즈댄스 배우기로 했던 팀 중 제일 친한 샘의 전화다. 거의 학원이나 비슷한 .. 2006. 4. 19.
ㅠ.ㅠ 10여 년 사이 내 전후 사정을 이럭저럭 아는 분이 안부를 묻는 전화를 걸어왔다. 이사해야 한다고 그러더니 어떻게 되었냐고 물었다. "요즘은 좋은 차 타고 싸모님들하고 골프도 좀 치러 다녀주고 그래야 고액과외 들어온다는데, 너처럼 그렇게 방구석에만 틀어박혀 있으면 돈은 언제 버냐? 그래 가지고 큰돈 벌기나 하겠나? 지영이 학교 들어가면 돈 들어가는 게 장난 아닐 텐데....." '좋은 차도 없고, 잘 아는 싸모님도 없고, 골프도 못 치니깐... 그냥 이리 살다 죽을래요.' 그 다음 이런저런 현실적인 걱정들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고 이야기 끝에 "그런 걱정 하지 말고 그냥 좋은 남자나 한 사람 소개해줄 것이지 말이에요... 흥~" "미안하다.. 좋은 남자들은 이미 좋은 여자들이 다 꿰 차고 살고 있는지라.... 2006. 4.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