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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03~2009>/<2005>

산다는 게.....

by 자 작 나 무 2005. 6. 2.

 

 

간밤에 내린 비로 온몸이 축축해진 기분이 들었다. 아침에 이불 속에서 나오기 싫었던 기분에 아이를 보내고선 보일러를 틀어놓고 따뜻한 방에 누웠다. TV를 켰더니 탤런트 정애리가 무슨 아침 토크쇼에 나왔다.

 

많은 이야기 중에 그녀는 검은 비닐 봉지에 싸서 버려놓은 아이 이야기를 하면서 목이 매 울었다. 나도 그녀가 울컥거려 눈물을 삼킬 때마다 같이 울었다. 그래...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버릴 수 있어. 물건도 아닌데.... 더러 보육원에 자기 자식을 갖다 맡기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게 아이를 봉지에 싸서 버리는 사람도 더러 있다는 말이 참 충격적이었다.

 

한참 다 자라고 한 사람 몫을 해야 할 나이인 나도 어머니가 나를 외면할 때마다 버림받은 것 같은 기분에 가슴을 수도 없이 앓고 사는데, 어릴 때 버려진 아이들은 어떨까.... 자라면서 가슴에 응어리진 슬픔을 평생 가져가야 할 텐데... 버린다는 말 자체가 감당하기 힘든 말이다. 나도 그 말에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할 만한 아픈 기억이 하나 있다.

 

아이를 업고 다니던 즈음에 끼니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힘들었을 때 아이와 덩그라니 둘이 어쩌지를 못해 눈물만 삼킬 때 누가 나더러 그랬다. 돈이 없어서 아이를 키울 수 없으면 갖다 버리라고.....

 

그 칼날 같은 말 한마디, 나를 버리라고 한 것도 아닌데 나는 그 말이 너무 아파서 이를 악물고 아이와 힘든 시간을 더 눈물 나게 버텨왔던 것 같다.

 

사람마다 나름의 절박한 심정과 힘든 사정이 있겠지만 가끔 그 많은 일들을 전해 들으면서 떠오르는 게 한 가지 있다. 사람이 도대체 무엇인가... 왜 사는가... 짐승도 제 새끼는 거두어 키우는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어찌 그럴 수 있는 것인지.... 닥쳐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으니 그들 나름의 생각과 심정을 다 헤아릴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사람 사는 세상에 사람만큼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냐고 말하고 싶다.

 

어제 갓김치 한 통을 선물 받았다. 아침에 따뜻하게 새 밥 해서 김치랑 밥을 먹으면서 내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이 너무나 감사한 생각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자꾸 욕심만 늘어가는 자신이 참 미안한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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