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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길 위에서<2021>

함양 개평마을 나들이

by 자 작 나 무 2021. 5. 9.

2021년 5월 9일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전날 황사가 심했다는데 밖에 나가지 않아서 얼마나 심했는지 모르겠지만 일요일인 9일은 시야가 맑았다.

지난해 가을에 지나가다 들렀던 이 댁에 봄이 오면 꼭 오라고 하시던 당부를 잊지 않고 찾아갔다.

 

지나는 말로 빈말하는 것 좋아하지 않는 내가 그때 이 댁 주인의 당부를 흘려듣지 않았다.

 

우리를 그때 한 번 봤는데도 바로 알아보셨다. 미리 연락을 드리고 간 것도 아니었는데 불시에 찾아든 우리를 반겨주셔서 정말 고마웠다.

 

직접 캐고 볶아서 만든 쑥차를 내주셨다.

 

안주인께서 직접 만드신 차받침과 주머니 등등 여러가지를 선물로 주셨다. 그 동네서 꽤 오래 묵어서 유명하다는 모과나무에서 딴 모과로 정성 들여 담은 모과차도 한 통 담아주셨다. 

 

이 동네 길고양이 무료급식소. 고양이 사료 사다가 마루에 저렇게 두 곳 놓아두면 수시로 와서 먹고 간단다. 마당에 내려놓으면 먹지 않고, 꼭 마루에 올려놓아야 먹는다고 한다. 밥 안 주면 와서 방문을 긁기도 한다는......

 

텃밭에서 딴 상추도 한 무더기, 직접 볶아서 만든 쑥차도 한 통...... 너무 많이 주셔서 계속 거절하다가 냉큼 다 받아왔다. 주시는 분의 마음이 어떤지 느껴져서 받아야 할 것 같았다.

 

 

지난가을에 약속한 대로 함께 간 강 선생님께 마당에 있던 화초를 이것저것 나눠주셨다.

 

장작이 많으니 불 지필 때도 한 번 가고 싶다.

 

나는 마루에 걸터앉아 마당을 보며 앉아 있었고, 안주인과 강 선생님은 마당에서 이런저런 화초를 막 뽑아서 담으셨다. 나는 마당 없는 집에 사니까 팬지 한 송이도 받지 않았다.

 

이 집을 남겨주신 안주인의 할아버지께서 고종 때 무슨 벼슬을 하셨단다. 이 마루 안쪽에 고종황제와 명성왕후 사진을 모시던 곳이라고 사진 찍는 내게 거기도 찍으라고 알려주셨다. 디카로 찍은 것은 옮기지 못했다. (주문한 SD카드 리더기 받으면 옮길 예정) 

 

 

 

딱히 정돈하고 정리한 살림살이가 아니어서 오히려 더 정겨운 풍경이다.

 

하얀 민들레가 자리 잡은 장독대

 

 

 

 

 

여기서 보이는 이 건물에 주인 내외가 거주한다. 그곳은 입식으로 수리해서 큰 불편은 없어 보인다.

 

동네 한 바퀴 하다가 예쁜 꽃 발견

 

헤벌쭉 좋다고 꽃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예쁘다, 예쁘다'를 연발했더니 집주인이 나오셔서 저 꽃을 뿌리째 왕창 뽑아주셨다.

곧 이 집을 헐고 새로 집을 지을 때 마당에 있는 화초도 다 파헤쳐질 것이니 화초 좋아하는 강 선생님 댁으로 입양(?) 가게 된 셈이다.

 

 

 

차 마신 집 마루에 앉아 있을 때 딸내미 전화가 왔다. 심통이 덜 풀려서 표정이 이 모양이다.

 

곳곳에서 마주치는 사람마다 자꾸 뭔가를 주고 환대해주니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져서 셀카 찍으며 웃었다.

 

이 동네를 나와서 허영만의 백반 기행에 나왔다는 '대성식당'에서 소고기국밥을 먹을까 했는데 일찍 재료가 떨어져서 점심 장사하고 끝났다고 한다. 그래서 딸내미 불러내서 평소에 가지 않는 다소 비싼 스테이크점에서 늦은 점심을 함께 먹었다. 

섭섭한 것은 나였고, 서운해서 토라진 것도 나였는데 다음날 곧장 꼬인 심사를 풀고 뻑뻑해질 것 같은 관계를 앞장서서 푸는 것도 나다.

 

남는 장사는 못할 체질이다.

가게에서 서비스로 포장해준 빵을 내가 가져갈까 하다가 제 남자친구와 나눠 먹으라고 했더니 얼쑤 좋다고 막 가져간다. 나이 스물두 살이 어른이면 얼마나 어른이겠는가. 나는 그때 꽤 어른인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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