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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03~2009>/<2005>

노출

by 자 작 나 무 2005. 7. 26.

여름이란 계절 자체가 뜨겁다 보니 행동반경이 줄어들고 앉아서 생각을 키울 여지가 많아지므로 갈망하는 바도 증폭되는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은 무엇을 갈망하고 그것을 채울 수 있을까. 채우기 힘든 것들을 갈망하게 된다. 갈증처럼 현실에서 벌어지기 힘든 상황들을 그리워하고 수놓듯 한 땀씩 그림을 그려 넣어 본다. 퍼즐처럼 막연히 한쪽 귀퉁이 마음을 채워 넣다 보면 어느새 마음속에서 그리던 그림 하나가 틀을 만든다.

 

내 마음속에 있던 그리움 하나가 어딘가에 멈추어 뒷걸음질 치지도 못하고 나아가지도 못하고 도로 표지판처럼 우뚝 서 있다. 그대가 나를 설령 알아보지 못하더라도 그대가 지나가면 볼 수 있는 자리에 서서 매양 바람만 쐬고 있는 것이다.

 

이 간지러운 허튼 감정은 익지도 못하고 버리지도 못한 어린 시절 소꿉놀이 시절, 짝꿍에 대한 연정처럼 부실하고 낯간지러운 감정임에도 털어버리지 못하는 것은 생활이란 것에 그만큼 간지럽고 설렐 사건 하나 생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말해준다.

 

내가 이 만큼이라도 오래도록 그리움들을 털어버릴 수 없다면 외로운 길가에 서서 바람만 맞아도 좋을 그리움을 사랑이 아니어도 접을 수 없다. 밑동째 잘라내어도 내 얄팍한 감정의 뿌리는 잡초처럼 어느 날 무성히 자라 있거늘 아무것도 아니라고 뚜껑을 꽉 닫아버릴 수가 없다.

 

깊은 강물처럼 유유히 흘러갈 감정의 지류를 만나기 전 언젠가는 이 외로운 길모퉁이 어딘가에서 바람에 흩어질지라도 나는 어쩐지 막연히 그리운 그대를 가슴 속에서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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