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10일
고르너그라트 역에서 출발하여 체르마트로 향하는 기차를 타고 내려오다 보니 산길을 걸어 내려오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그대로 창밖 풍경만 보고 바로 내려가기엔 너무 아쉬워서 다음 역에서 내렸다.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서서 첫 열차를 타고 정상에 올랐다가 체력이 닿는 만큼 걸어 내려오며 이 풍경들을 찬찬히 즐겼어야 했다.
곳곳에 방향과 걸어서 걸리는 시간이 표시된 친철한 안내판들이 서있다. Riffelberg 역에서 내렸다.
재밌겠다.....
영화 속에서나 본 듯한 동화같은 멋진 풍경에 신나기도 하고 오늘 일정이 체르마트를 떠나 스위스 국경을 넘어 다시 프랑스로 가야 하기에 일정이 빠듯하여 여기서 즐길 겨를이 없는 상태여서 마음이 바빴다. 그래서 폴짝폴짝 뛰어서 단숨에 저 너머 보이는 교회당까지 가려다 그만 숨이 차고 머리가 아파서 순간 당황했다. 여긴 고산지대인데 깜박하고 뛰었다. 뛰었다 하면 바로 호흡이 곤란해졌다.
기차 타고 올라갔다 사진 좀 찍고 내려오는 선에서 생각하고 계획을 짜서 느긋할 수가 없는 시간이었지만, 나중에 어찌 되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었다. 오늘 하루 더 스위스에 묵어갈 계획을 세웠더라면 저 레스토랑에서 시원한 맥주도 한 잔 하면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다음을 위해 아쉬웠던 점을 기록해두기로 한다. 알프스 산정의 노을도 봐야 하니까.
길가에 주저앉아 납작 엎드려서 이 사진을 찍었다. 지나던 사람들이 쳐다본다. 나중에 다시 볼 사람 아무도 없으니 아무려면 어때? 짧은 시간 동안 그곳에 대한 기억을 가장 선명하고 아름답게 기억하게 해 줄 사진이 필요했다. 여행 다녀온 후, 이 사진을 몇 달 동안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사용했다.
신나게 사진 찍기 놀이를 끝내고, 얼른 기차 타러 출발~
사뿐 날아내려 가고픈 곳이다. 눈을 감고 바람에 마음을 싣고 저 사이로 활강하는 상상을 해본다. 이 사진을 찍으면서 그런 상상으로 한껏 가슴이 뛰었다.
아쉬움을 뒤로하며 꿈결 같은 이 길을 걸어 내려왔다. 자꾸만 뒤돌아보아지던 길.....
'유럽 여행 > 스위스 <2013>'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 위에서 보낸 시간들-유럽드라이브2 (0) | 2015.09.10 |
---|---|
체르마트 (0) | 2015.06.14 |
알프스에서 사진찍기 놀이 (0) | 2015.06.11 |
이보다 더 시원할 순 없다. 8월에 빙하 구경하기! (0) | 2015.06.11 |
고르너그라트(Gornergrat)행 산악열차를 타고 (0) | 2015.0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