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9일 겨울방학 하던 날 곧장 시외버스를 탔다. 가을에 이사한 친구 집에 가보기로 했다. 친구 집에 간다는 건 핑계다. 딸이 한동안 못 가서 가보고 싶어하던 맛집이 첫 코스였다.
딸이 초등학교 다닐 적에 인터넷 검색으로 우연히 알게 된 복칼국수집에 갔다. 수도권에 함께 갈 일이 생기면 거의 빠짐없이 찾아가는 맛집이다.
복칼국수와 복튀김을 주문해서 맛있게 먹고, 이번엔 볶음밥까지 먹고 나왔다.
다음은, 친구가 차 밀려서 절대로 안 가겠다고 하던 서울 구경을 갔다. 그동안 학교나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대학 탐방을 몇 군데 다녀본 딸이 못 가본 대학 구경을 하기로 했다.
점심 먹고 바로 왔으니 일단 교내 카페에서 차 한 잔 마시고 돌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미세먼지가 거의 짙은 안개 수준이라 걸어다니긴 아무래도 어렵겠다. 그냥 친구 차에 실려서 뱅뱅 돌다 왔다.
다녀온 걸 기억하기 위해 사진 한 장 남겼다. 성적이 맘대로 나오지 않으니 못 갈거라며 살짝 짜증 섞인 투정을 하는 딸을 살살 달래가며 사진 한 장.
그 다음 코스로 갑자기 생각나서 가자! 하고 나선 롯데월드타워. 새로 나온 영화를 볼참이었는데 예정에 없던 걸음이라 예매를 하지 않았더니 마땅한 좌석이 없어서 영화 보는 건 포기. 미세먼지가 심해 시야가 좋지 못하니 전망대 올라가보는 것도 패스. 그래서 그냥 가긴 섭섭하니 아쿠아리움이라도 구경하기로 했다.
제주에서 두 번 가본 아쿠아리움 보단 살짝 못하다 싶었지만, 새로운 생물을 만나는 건 꼬마들 못지 않게 즐기는 편이다. 해운대 아쿠아리움은 공기가 답답해서 숨이 막히고 머리가 핑돌 지경이었고, 이곳도 그곳 못지 않게 지하의 좁은 공간을 오가며 느끼는 답답함과 공기가 탁해서 머리가 아픈 걸 참으며 다녀야했다.
수달이 생미꾸라지를 받아 먹는 걸 봤고
좁은데 갇혀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흰돌고래 벨루가를 봤다.
아이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다가가 머리를 쿵쿵 부딪히며 아이들이 환호하는 걸 보며 입을 쫙쫙 벌리며 소리도 내고 어쩐지 아이들이랑 장난을 즐기는 것 같은 모습을 봤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하는 행동인지, 아이들 모인 곳에만 가서 얼굴을 대는 모습이 정말 놀고 싶어하는지 나로선 알 수가 없었다. 어디선가 포로로 잡혀와 있는 것 같은 고래를 보는 일은 신기하지만 슬픈 일이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내팽개치고는 같은 장소를 왔다갔다 반복하는 모습이 어쩐지 안타깝게 보였다.
몸은 은갈치 같은 광채가 나고 정면에서 보면 얇은 종잇장 같은 룩다운
옆 건물로 건너가려고 밖으로 나와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날씨가 별로여서 전망대엔 올라가지 않았지만, 63빌딩도 안 가본 내가 딸 데리고 새로운 랜드마크가 된 고층빌딩에 가서 그냥 오기 섭섭해서 저녁을 31층 식당가에서 먹었다. 다음날 이 건물에서 새해맞이 불꽃놀이가 화려하게 열린다는 건 오늘 새벽에야 알았다. 날씨 탓인지 주말이고 연말인데도 엄청나게 붐비진 않았다. 주말에 그 정도 사람들이 오가는 게 당연한 건물이라 생각하고 보니 그러려니 하는 수준 정도.....
1층 로비에 전기충전소가 보급되면 상용화 될 날이 머지 않은 전기 자동차가 전시 되어있었다.
지하로 연결된 길로 옆 건물로 옮겨다니며 마침 눈길을 끌던 일본 애니매이션 캐릭터 가게 구경을 했다.
창 밖에서 토토로와 사진을 한 장 찍어주니 말없이 서던 딸이 가오나시와 손잡고 사진 찍으라고 마련된 자리엔 서지 않았다. 이 가게 물건들은 정품 라이센스 때문인지 가격이 너무 비싼 물건들 뿐이라서 구경만 하고 나왔다.
그냥 가기 섭섭했던 우리의 쇼핑 욕구를 채워준 길 건너편에 있던 가게
정말 없어도 아무 지장없는, 하지만 있으면 재밌을 것 같은 물건들이 많은 가게였다. 여기서 딸이 폰 케이스 하나를 샀다. 말랑한 유니콘 케이스를 보고 어찌나 좋아하던지......
우리는 이렇게 하루를 잘 보내고 다음 날 우리 동네로 돌아왔다. 그리고 오늘 아침 거제까지 넘어가서 바다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고 집에 돌아왔다. 딸은 피아노에서 시작해서, 기타 연주를 하다가 이젠 플룻까지 꺼내서열심히 놀고 있다. 친구 만나러 밖에 돌아다니지도 않고, 집에서 혼자 놀 땐 악기 연주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며 논다. 내 폰 케이스에 포스터칼라로 그려줬던 고호 그림이 많이 벗겨졌다고 그걸 다시 벗겨내고 새 그림을 그려준다더니 아직은 오랜만에 잡은 악기 연주가 재밌는지 소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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