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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2>

피곤한 생각

by 자 작 나 무 2022. 6. 19.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상처 준 부모를 외면하던 동석이 극 중 모친 옥동과 거의 화해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났다.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 수순인 듯. 드라마가 유도하는 감정의 흐름을 타며 눈물 흘렸을 이가 많았겠다.

 

올바름의 기준이 객관적이지 않아서 서로 다른 입장에서 이해를 위한 대화나 타협없이 일방적으로 행해진 선택이 갈등을 만들고 골 깊어진 감정은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된 다음에 회복된다. 진심을 알아도 서로 생각하는 기준이 몹시 다를 때는 극적인 회복이 어렵다.

 

내 선택을 후회할지 후회하지 않을 지 전혀 가늠할 수 없다. 드라마를 보며 문득 생각해봤다. 나에게 극적인 화해가 있을 수 있었다면 진작에 했겠지. 그럴 수 없다. 풀 수 있을 때 풀었어야 했다. 이 글을 쓰면서 빵을 잔뜩 먹은 것으로 보아 표현하기 곤란한 답답한 것이 있다.

 

옷장을 정리한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물건을 다 꺼내서 시작할 필요는 없다. 눈에 거슬리는 것만 정리하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런데 나는 아예 손을 대지 않고 지나치다가 어느 날 눈에 들어오면 그제야 손을 댄다. 그렇게 해놔도 내 삶에 아무 지장 없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가지런하고 완벽해야 할 필요가 없는데 그렇게 해야 한다고 자신에게 강요하는 삶을 살았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에 좀 편하게 살고 싶다. 나에게 해가 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오늘은 한동안 사들인 물건이 포장됐던 상자를 정리해서 내놓아야겠다.

 

해야 할 일에 손을 대지 못하는 것은 내일까지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까닭이다. 발등에 불 떨어졌는데 뜨거운 줄 모르는 무감각 상태.

 

짐을 완전히 싸들고 나오진 않았지만 잠정적으로 고향을 떠나왔고, 이렇게 연습처럼 몇 달씩, 한 해씩 떠나 있다가 언젠가는 고향을 완전히 떠날지도 모른다. 언제든 가서 쉴 수 있는 집 한 칸 마련해놓고 나오면 좋을 텐데. 오래 살던 그 집을 그대로 유지하며 세를 내며 지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유용한 지, 완전히 정리하고 다른 곳으로 옮겨야 좋을지...... 이렇게 나에게 질문을 던져놓고 천천히 답을 생각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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