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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을 알 수 없는 편두통 혹은 왼쪽 목덜미를 짓누르는 통증은 환각이 아니다. 잊을만한 것은 잊고 가볍게 즐겁게..... 인생의 무게를 덜어내자. 딱히 괴롭고 무거울 일도 없는데 내 목덜미와 어깨는 왜 이렇게 묵직한 느낌이 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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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 일찍 어디든 가기로 약속했다. 최근에 딸을 그렇게 만난 게 언제였던가. 그때만 해도 몇 시 직행 또는 완행 버스를 탈 것인지 정하고 약속 시간을 정했다. 그리고 환승할 시외버스까지 예매하고 절차가 나름 복잡했다.
아~ 이젠 그냥 내가 차에 올라타기만 하면 가는 거다. 진작에 이랬어야 했다. 급히 마트에 가서 딸내미가 차 안에서 즐길 음료와 과일을 샀다. 내 옆자리에 앉아서 마스크 쓰지 않고 종알종알 이야기도 하고, 먹고 마셔도 아무도 나무랄 사람이 없으니 이제 이동하면서 겪어온 많은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창밖 풍경을 보다가 꾸벅꾸벅 졸거나 흔들리는 차 안에서 스르르 잠드는 즐거움은 장거리 버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그래도 마스크 쓰고 버스나 기차 안에서 오래 버티는 것은 이젠 어지간해선 하고 싶지 않다.
내일 길 나섰다가 돌아오는 길에 딸내미를 이곳까지 데리고 와서 하룻밤 같이 자려면 그간 미뤘던 청소도 해야 하고, 다음날도 뭔가 재밌는 일정으로 깍듯하게 모셔야 다음이 있을 거다. 뭘 먹이고 어디로 데려갈까. 그래도 편하게 데리고 올 수 있으니 좋다.
짧은 방학 기간동안 삼천포에서 제주로 넘어가는 배에 차도 싣고 가서 놀다 오기로 했다. 대중교통이 불편한 삼천포에 오게 된 것이 오히려 신의 한 수였나?
이 답답한 원룸을 벗어나서 주말엔 뭔가 새로운 곳에서 자고 싶다. 요즘은 돈 쓸 곳이 많아져서 주머니가 가벼우니까 이상하게 더 하고 싶은 게 많다. 오늘 대책도 준비도 없이 가고 싶었던 것은 이 갑갑한 감정의 굴레를 벗어나고 싶은 까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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