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다시 이 곡을 들은 순간 시간이 멈추는 것 같았다. 이 곡이 수록된 앨범을 사서 들었던 때가 언제였는지... 몇 년 전이었는지 이상하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가슴에 찌릿하게 합선된 회로에 약한 전류가 흘렀다.
그 기억은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전혀 재생되지 않았다. 반복해서 이 곡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고 코끝이 시큰해지는 현상만 반복되었다. 아마도 이 곡을 듣던 그때는 무척 행복했던 모양이다. 가슴이 쿡쿡 쑤시고 아픈 게 아니라 애틋하고 아릿한 느낌이 섞여서 떠올랐다.
기록해둔 것 외엔 가끔 어떤 부분의 기억은 지우개로 지워버린 것처럼 희미한 자국만 남아 생각을 아무리 떠올려보려 애써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확 떠오르지 않는 한에는 억지로 기억해내긴 어려운 시간이 종종 숨어 있다.
어떤 것이 떠오르지 않는지 어떤 것을 잊었는지조차 모른다. 다만 이렇게 기억과 연루된 무엇인가에 자극을 받았을 때, 나도 모르게 각인된 감정의 일부가 희미하게 떠오르곤 한다. 그러다 어느 날은 생각지도 못한 기억 일부를 너무도 생생하게 기억해내기도 한다.
그때 내 마음은 한없이 여리고 순종적이었고 아쉬운 것이 없었던 때였던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이 곡을 즐겨 듣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느낌에 사로잡혀 자꾸만 솟구쳐 오르는 눈물을 참느라 코끝을 꼭 움켜잡고 식은 커피를 부어 마시며 한참 숨을 골라야 했다.
삶이 나에겐 늘 꿈결 같다.
깨어서도 꿈속이요, 또 깨어보니 거기도 꿈속이라...
목숨을 버려도 아깝지 않을 것 같았던 사랑도 꿈이요,
다시는 재생하고 싶지 않았던 악몽 같았던 시절도 꿈이었더라.....
이 몽환 같은 음악처럼........
그곳은 내 기억의 어디쯤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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