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을 것 같았는데..... 금요일까지 버티고 나면 더는 견딜 수 없었던 것처럼 와르르 무너진다. 퇴근하고 곧장 무슨 서류를 떼러 관공서에 갔다가 갑자기 머리가 꽉 막히고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집에 가봐야 혼자 뭘 먹을지도 모르겠고 일찍 집에 가봐야 혼자 뭐 하겠냐고 딸에게 전화해서 툴툴거렸다.
오늘은 그대로 어딘가 다른 차원으로 통하는 구멍이라도 있으면 확 들어가 버리고 싶을 만큼 금요일 퇴근 시간이면 밀려드는 우울감에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매일 탄수화물만 먹어서 배만 볼록해진다고 툴툴거린 덕분에 오랜만에 같이 고기를 먹었다.
그 근방에 가도 이 카페엔 늘 사람이 많은 것 같아서 들어가지 않았는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텅 비어서 들어가서 편한 자리에 앉았다. 친구처럼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며 수다 떨다 보니 한결 가볍고 편안해졌다. 누군가와 밥 먹고 대화하고 산책하는 정도의 교류가 필요했던 모양이다. 한동안 매일 퇴근하면 지쳐서 자고 아침에 출근해서 종일 긴장한 상태로 버티며 일하고 퇴근하는 것만 반복하는 생활에 지쳤다.
통곡하듯 한참 울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이렇게 엉엉 소리 내서 크게 울어본 게 언제였나 싶을 만큼 오랜만에 큰소리로 한참 울었다. 더 울면 머리가 그대로 터질 것만 같다. 신경을 다른 데로 돌리려고 저녁에 카페에서 찍은 사진을 정리해서 포스팅한다.
오늘 그 순간이 마지막인 것처럼 오늘의 사진을 찍었다. 정말 오랜만에 딸을 안고 너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꼭 끌어안았다. 저렇게 활짝 웃고 찍은 건 아니어서 표정을 앱으로 바꿨다.
그 시절에 찍은 사진 몇 장이 눈 깜짝할 사이 흘러가버린 우리의 22년 세월을 생각하게 했다. 아장아장 걸음마 하던 딸 데리고 근처 고찰 주변 숲길이라도 같이 걷겠다고 아이 업고 엄마 모시고 카메라까지 챙겨서 봄맞이 다니던 게 나였다.
나이 들면서 많은 부분에서 퇴화했다. 꼭 그럴 필요는 없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