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6일 2박3일을 예정하고 지영이는 여행가방을 야무지게 싸놨다. 아침에 눈떠보니 목안이 부어서 입맛이 영 없다. 그래도 아침에 눈 떴으니 계획대로 하겠다고 김밥을 두 통 쌌다. 어디든 나서면 마음대로 입에 맞는 밥 먹기도 힘드니 김밥 싸다니는 게 편하고 좋길래. 우리가 그날 출발할 때 가기로 약속한 곳은 전남 고흥군 녹동에서 다리가 놓여진 소록도, 소록도와 다리가 이어진 섬 거금도까지 돌아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전라도로 접어들고서부터 몸 상태가 더 나빠지기 시작했다. 점심도 먹어야겠고, 좀 쉬면 나아질까 해서 급히 숲을 찾았다. 녹동으로 향하다가 근처에 있는 팔영산으로 목적지를 바꿨다. 팔영산 휴양림에서 점심 먹고 쉬기로 했다. 그런데 휴양림가는 길에 보니 편백숲이 있다는 표지가 보이길래 편백숲을 찾아갔다. 팔영산 능가사를 끼고 오른쪽 좁다란 길을 좀더 올라가면 무슨 제지사에서 인공조림한 편백숲이 나온다. 좀 넉넉하게 걸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늘진 숲이 있는 곳까지 걷는 것 자체도 너무 힘들었다. 아침부터 속이 좋지 못해 음식을 먹지 못한 탓에 더 그랬다. 자리를 펴고 김밥 도시락을 펼쳐놓고 그대로 드러누워서 몸이 좀 편안해질 때까지 쉬었다. 몸이 안좋을 땐 숲에서 쉬면 가장 빨리 원기가 회복되는 것 같아서 피곤한데 밖에 나가야 할 때 되도록이면 나무가 많은 곳으로 가곤 한다. 지영이는 지하철 새소리가 들린다며 새소리를 녹음해서 친구에게 카톡으로 보냈다. 지하철에서 들어보신 분은 다 아실 그 맑고 영롱한 새소리. 새이름 모르니 지하철 새소리라고 아이가 부른다. 집으로 다시 돌아가자니 힘들게 온 것이 아까와서 한 곳만 더 들렀다 돌아가기로 했다. 거금도까지 돌고 나와서 녹동이나 좀 더 나와서 1박하고 다음날은 전주 부근에 있는 대둔산 산행을 하기로 했는데 몸 아파서 계획은 모두 취소. 편백숲 가는 길에 지영이가 라벤더를 닮았다며 유심히 보던 꽃무지 몸이 안좋으니 눈에 제대로 들어오는 게 없었다. 물 몇 모금 마시고 움직일 기운 겨우 추스려서 내려왔다. 여유있게 그 산 일대 한 바퀴 휘둘렀다 쉬어서 와도 괜찮을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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