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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03~2009>/<2005>

Before Sunset

by 자 작 나 무 2005. 7. 28.

무언지 집을 나서기 전에 정리해야 할 일이 많은 것 같아 마음이 부산한 하루였다. 오늘 갑자기 이렇게 일과가 복잡해질 거라곤 생각을 못하고 어제 오후에 불쑥 빌려다 놓은 "비포 선셋"을 안 보고 그냥 비디오 가게에 넘길 순 없어서 낮에 방 정리를 하며 결국 다 보고야 말았다.

 

 

 

 

10 여년 전 '비포 썬라이즈'를 보았던 기억을 더듬으며 그 사이 분위기가 한껏 성숙해진 줄리 델피와 에단 호크의 연기를 보며 나도 꼭 오래전에 헤어졌던 연인을 만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줄리 델피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공감하며 뭔가 그대로 그 만남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한참 몰입하다 보니 어머나, 3편을 예고하는 듯한 결말로 끝나고 말았다.

 

그들이 다시 사랑하게 되면 도덕적으론 불륜이 되겠지만 이전 그들의 만남과 사랑을 목격한 나로선 부디 그들이 다시 사랑하며 함께 살 수 있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영화를 보게 되었다.  

 

 

 

한순간 짧았던 만남이었지만 그 순간 모든 것을 다 쏟아내 버려서 이젠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게 되었다는 줄리의 말이 어쩌면 허황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 감정의 선로에 이미 마음을 풀어놓고 있었다. 그때 영화를 볼 때도 그랬다. 나중에 만나기로 한 때 그들이 다시 만나 그날의 사랑을 잊지 않고 이어갈 수 있기를.....

 

나는 한 번도 뜨겁게 사랑하다 그렇게 못 잊으면서 헤어져 본 기억이 없다. 그래서 다시 만나면 어떨까 하는 설렘이 남아 있는 상대도 없고 다만 그와 좀 더 마음을 열고 대화했으면 어땠을까. 내숭까진 아니었지만, 서로의 감정에 좀 더 솔직했으면 그다음은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이 남았던 적은 있다.

 

이미 지나간 순간일 뿐이고 그 감정은 그때 익지 못하고 낙화하여 이미 세월 속에 영영 묻혀버린 것이다. 항상 매 순간 주어진 감정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절감하면서도 이성에 대한 감정은 늘 낯간지럽고 부끄럽고 혼자만의 감정을 들키는 것 같아 시원하게 드러내 놓기가 민망하다. 너무 가볍고 쉽게 사랑하게 될까 봐. 사랑이 아닌데도 사랑으로 착각하게 될까 봐 너무 조심하다 보니 세월도 사랑도 그냥 지나쳐 가버리는 게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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