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에 통영 국제음악당에서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이 있었다. 딸이랑 둘이 공연 보러 가기 전에 통영 전통 비빔밥 먹으러 갔다가 우산을 받쳐 들고 공연장으로 갔다.
조개, 홍합, 해초 등을 많이 사용하는 통영 전통비빔밥을 너무 좋아해서 딸과 함께 '향미 식당'에 가끔 간다. 이 집 비빔밥은 세 끼를 다 먹으래도 먹을 수 있겠다. 나물은 좋은데 사다가 종류대로 손질하고 만들어놓으면 별로 먹을 것도 없다. 손 많이 가고 양도 적으니 둘이서 한 끼 먹을 땐 사 먹는 게 훨씬 낫다.
베를리오즈의 로마의 사육제 서곡과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연주가 끝난 뒤 잠시 휴식 시간에 공연장 밖으로 나왔다. 공연장 바깥 풍경도 너무 아름답다.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작품 35는 평소에 즐겨듣고 워낙에 좋아하기도 하지만, 바이올린 협연자였던 김수연 씨의 연주가 너무나 대단해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시각과 청각 중 둘 중 하나를 꼭 포기해야 한다면 나는 보는 것을 포기하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음악이나 소리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이 음악당 아래 바닷길을 걸으며 바닷물 드는 소리를 듣는 걸 좋아한다. 자연이 만드는 소리도 좋지만 수많은 악기들이 한 몸처럼 제각기 어울리는 소리를 내어 만들어지는 음악을 만들어내는 작곡가들은 정말 천재라고 밖에 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 음악을 이해하고 작곡가가 의도한 감동을 안겨주는 연주를 하는 악기 연주하는 이들 한 사람 한 사람 다들 어찌나 멋지고 아름다운지.....
딸을 음악가로 키우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능력 밖이어서 그냥 이룰 수 없는 한 자락의 꿈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다. 딸도 음악을 즐기는 걸 더 좋아하니까..... 오늘은 딸과 함께 공연을 보러 온 보람이 있었다. 딸이 음악회 끝나고도 연주회에서 들은 곡에 대해 계속 그 감흥에 대해 이야기했다.
인터미션이 지나고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전 악장이 연주되었다. 전 악장을 처음 듣는 딸은 그 새로운 경험에 만족스럽고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통영 국제음악제 다음 공연이 기대된다. 음악당이 가까이 있어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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