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신경이 흠칫 곤두서는 바람에 늦은 시간인데도 잠이 들지 않아서 애를 먹고 있다. 저녁에 잠이 잘 올만큼 충분히 걷기도 했는데 그다음이 문제였다. 잠잘 준비를 하라고 했더니 제 방에 가서 감감무소식이길래 가봤더니 딸이 뭘 하다 놀랐는지 흠칫 놀란다. 그러더니 거울을 보며 눈 아래가 찢어져서 피가 난다고 울기 시작했다.
거울 앞에 있던 가구 모서리에 부딪혀서 눈 아래 피부가 살짝 찢어졌다. 그 아래 휴대전화 충전기를 끼워놓고 그걸로 뭔가 몰래 하다가 내가 와서 놀라서 일어서다가 부딪힌 것이다. 한두 번 그런 것이 아니라서 알기는 하지만 그때마다 다른 것을 하는 척해서 대충 잔소리 한마디 정도로 끝냈더니 수시로 휴대전화 가지고 노는 모양이다.
이번엔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화를 버럭 내고 등짝도 한 대 후려쳤다. 그깟 휴대전화 몰래 보다가 들킬 것이 겁나서 엉겁결에 얼굴을 부딪칠 이유도 없는 엉뚱한 가구 모서리에 가서 찧느냐고 화를 냈다. 낮에도 청소하다 핸드폰이 켜져 있길래 보니까 무슨 게임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걸로 끝났어야 했는데 요즘 하는 행동을 보면 계속 딴청을 피우고 뭔가 몰래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제 입으론 시험 기간이니 공부해야 한다고 말은 하면서 매번 먹는 타령부터 잠이나 자고 애처럼 놀기나 했으면 좋겠다며 빈둥거리기 일쑤다. 그래도 좋다. 그럴 때인데 뭐 어쩌겠나 싶다. 그런데 그렇게 부딪혀놓고 뭘 챙기다 그랬다며 갑자기 거짓말까지 둘러대는 게 아닌가. 뭔가 숨겨야 하니까 급해서 나오는 대로 한 말이겠지만 그것도 화가 났다.
눈 아래 피부만 찢어졌기 망정이지 만일 눈을 찧었으면 어쩔 뻔했을까 싶어 너무 놀라 속이 탔다. 얼굴을 씻기고 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이는 동안 몇 번이나 눈물 때문에 약이 씻겨서 다시 발랐다. 내가 왜 화를 내는지 알기는 하지만 저도 너무 황당한 짓을 한 데다 그렇게 다치고 보니 미안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한 모양이다.
"그러잖아도 못난 얼굴에 눈까지 다쳤으면 어쩔 뻔했어?"
그렇게 말하면서도 뉘앙스를 살짝 웃기게 말했더니 애가 그만 울다가 웃는다. 그리곤 사태가 수습되었다.
정말 별일도 아니었는데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속이 상해서 화를 내느라 온 신경이 바짝 곤두서서 아직도 그 바람에 잠을 못 자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봄에 어이없는 사고로 자식을 잃은 분들은 어찌 잠을 제대로 주무시기나 하는지, 삶을 이어갈 기운은 차리고들 사시는지.....
세상이 이렇게 어이없고 허투루 돌아가는데도 책임져야 할 자리에 있는 이들의 위선과 무능이 여전히 판치는 세상에 대한 분노는 어찌 다스리며 살고들 계신지..... 자식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그분들의 아픔을 가끔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
언젠가 진실이 밝혀지기는 할지. 무고한 이들의 죽음에 대해 누가 어떤 책임을 질 수 있을까. 그 어떤 것으로도 보상하거나 대체할 수 없는 타인의 목숨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최악의 위정자들. Podcast를 통해 그 사건 이면의 이야기들을 조금씩 듣고 있다. 누군가는 그렇게 나서서 열심히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 내 마음의 무게를 잠시 얹어놓고 눈을 감을 뿐이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사는 게 덜 힘들고 덜 억울한 세상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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