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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제주 여행

한라식당 삼겹살과 산방식당 제주분점

by 자 작 나 무 2016. 2. 26.

 

 

2월 22일

김영갑 갤러리를 둘러보고 나오니 든든하게 먹었던 호텔조식도 소화가 다 되고도 남을 시간이 지났다. 배고프니 얼른 제주 삼겹살 맛집에 가자고 성화인 딸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서귀포시 성산읍에 위치한 두모악 주변엔 동네 순환버스가 거의 한 시간 간격으로 다니는데 노선 파악을 잘 못해서 길 건너편에서 기다리다 버스 한 대를 놓쳤다.


그 바람에 우산 들고 오들오들 떨며 빗길을 걷게 되었는데 나는 그 순간조차도 행복했다.


다만 배고픈 딸과 오지 않는 카카오택시를 원망하며 버스를 타지 못해 투덜거리는 걸 듣다 한바탕 길에서 큰 소리를 내기 전까진 괜찮았다.


함께 어떤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화를 낸다고 해결되지 않으니 최선책을 찾고, 그 다음 차선책을 찾아 묵묵히 그 상황에서 벗어날 때까지 함께 고생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서야 나왔던 입이 쑥 들어가고 불편한 분위기가 수그러들었다.

 

나름 우여곡절을 가장 많이 겪었던 그 길에서 1시간 가량 걷고 헤매다 버스를 탔다. 어딘가에서 환승하여 성읍민속마을까지 갔다.

 

TV에서 본 제주 삼겹살 맛집 중에 1등한 집은 너무 손님이 많을 것 같고, 내게 필요한 고사리와 함께 먹는다는 삼겹살 집에 찾아가기로 했다.


 

오후 4시부터 5시 사이는 쉬는 시간이어서 잠시 밖에서 기다리다가 5시가 되어서야 가게에 들어갔다. 메스컴 탄 집이라 손님이 줄지어 들어왔다. 주변에 비슷한 가게들이 많은데도 그 집만 유독 식사하러 온 관광객들로 그득했다. 그 집은 성읍민속마을 음식점 중에 가장 앞에 있는 가게일 뿐이었다.


 

1인분 180g에 18,000원 씩이나 하는 제주 한라식당 삼겹살은 전혀 다른점이 없는 평범한 삼겹살이었다. 2인분에 36,000원. 쑥전 하나 추가하고 밥 두 공기 시켰더니 4만원이 훌쩍 넘는다.


 

이건 아무래도 4만원씩이나 지불하고 그 먼 길을 찾아가서 꼭 먹어야 할 맛집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쑥빈대떡은 한 장에 4천원. 그냥 그랬다. 맛있어도 음식값이 관광지 바가지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백주부님이 넘 맛있게 먹는 장면을 봐서 속은 기분이다. 1인분 가격이 너무 비싼데 비해 정말 먹을 게 없다.



 

혹시나 뭐 특별한 것이라도 있나 싶어 열심히 굽고 잘라서 먹어보니 그냥 제주도 돼지고기 맛이다.



 

그냥 집에서 고사리 나물 무쳐서 곁들여먹으면 될 맛인데 너무 호들갑스럽게 대단한 맛이라도 있을까 하여 기대하고 온 우리 잘못이다. 같은 시간대에 식당에 가득했던 사람들 대다수가 비슷한 심정으로 고기를 먹었을 것이다.


본대로 상추에 쑥빈대떡도 얹고 고사리도 얹어서 먹어보았다. 그냥 맛있다. 그렇게 비싼 값에 먹을 맛은 결단코!!!!!! 아니다.


1인분이 너무 비싸고 뭔가 더 나오는 음식도 없이 단촐한 한라식당의 서비스에 실망한 딸은 분노했다. 그렇게 먼 길을 가서 비싸서 1인분 추가도 하기 곤란한 걸 먹고 배가 부른 것도 아니고 고픈 것도 아니어서 억울하단다.



그래서 우리는 음식 주문한지 30분도 지나지 않아 고기 2인분을 구워서 해치우고 얼른 제주시에 돌아갈 버스를 타기로 했다.


 

여름에 산방산 부근에 가서 맛있게 먹었던 산방식당 본점엔 갈 수가 없지만 분점엔 갈 수가 있으니 일단 거기 가서 저녁을 한 번 더 먹기로 했다.


13,000원에 때깔 좋고 촉촉한 돼지수육이 나왔다. 전엔 10,000원이었는데 가격이 올랐다. 본점은 어떤지 모르겠다. 본점에서 3년 전에 밀면 5천원, 수육 만원에 먹었던 것 같은데 3년 만에 갔으니 물가 감안해도 밀면 7천원,수육 13,000원은 다른 착한 가격 맛집에 비해 큰 폭으로 오른 셈이다.


 

분점도 본점 못지 않게 수육은 맛이 좋았다. 고추장처럼 생긴 저 장에 뭘 넣었는지 모르겠지만 수육과 궁합이 너무 잘 맞아서 배가 부른데도 한 점 더, 한 점 더 먹게 된다.


 

삼겹살 2인분 다 먹은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수육도 한 접시 삭 비웠다.


 

그 추운 밤에 우리가 냉밀면을 먹어야 했을까 싶지만 그래도 수육은 밀면과 같이 먹어줘야 맛있다.


 

모슬포까지 가서 줄서서 사먹던 그 밀면과는 뭔지 모르게 살짝 다른 맛이다. 본점 맛보다 5%는 부족한 맛. 차이가 뭔지 모르겠지만 나도 갸우뚱, 딸도 갸우뚱 했다.


 

그냥 무난한 정도다. 그래도 수육이 맛있어서 분노의 저녁은 2탄으로 마무리 되었다.


  

촉촉하고 윤기가 좌르르 흐르던 모슬포 산방식당 맛이 더 낫긴 하지만, 수육과 밀면이 그리울 땐 제주 분점도 애용해 볼만 하다.

 

 

 

돼지고기가 많이 들어서 먹고 나면 배가 빵빵해지던 본점 맛에는 살짝 못미치는 밀면과 수육은 본점이 100점이면 분점은 85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