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가자미 굽다가 팔에 화상을 입었다. 뼈를 다 발라서 파는 냉동 가자미에 밀가루 옷 입혀서 프라이팬에 굽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조리로 가자미를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즐겨 먹는다.
아침에 토요 자습하러 학교 가는 딸에게 한 마리 먹여보겠다고 가자미를 프라이팬에 넣는 순간, 아침잠을 덜 깬 무딘 손동작 때문이었던지 프라이팬에 기름이 많지도 않았는데 바로 오른팔로 튀었다. 곧장 흐르는 물에 팔을 대고 있다가 냉동실 뒤져서 아이스팩 대용으로 쓸 것을 찾아 기름 튄 부위에 누르고 있었다.
통증 때문에 나도 모르게 꾹 눌렀더니 피부가 벗겨져서 흘러내린다. 밥을 먹던 딸이 상처를 보더니 더 당황해서 병원에 같이 가잖다. 이쯤은 괜찮다고 혼자 병원 간다고 얼른 학교 가라고 보냈다. 병원 가려고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는데 통증이 생각보다 심하다.
피부과에 전화해서 대기 없이 바로 진료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보니 무조건 와서 차례대로 접수해야 한단다. 냉찜질하던 것을 떼고 나니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다. 눈물이 질금질금 나오고 괜히 서럽다. 딸이라도 같이 병원 가자고 할 걸 그랬나..... 집에서 꽤 먼 동네에 피부과가 있다.
택시를 잡으려니 마침 반대 방향으로만 쌩쌩 달린다. 교차로까지 나오다 보니 동네 의원이 눈에 띄었다. 내과이지만 진료과목에 피부과도 써놨다. 피부과까지 가서 대기하고 기다리는 바에 그냥 거기라도 가야겠다. 치료받으면서 보니 내가 본 것보다 화상 부위가 훨씬 넓고 심하다.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갈 걸 잘못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가 이 상처가 아물고 흉터가 심하면 어쩌나 걱정도 된다. 통증을 고려해서 진통제를 처방받았다.
오른팔에 여름용 문신한 것처럼 큰 흉터가 생길 모양이다. 아프다고 울 수도 없고 눈이 시큼시큼한 걸 참고 마트에나 들렀다 오려고 갔더니 병원 옆에 있던 마트도 문을 닫았다. 오늘 토요일인데 왜? 하루아침에 잘 나가던 마트가 망했나?
멍하니 서서 다시 생각을 가다듬어보니 너무 이른 시간이라 아직 개점을 안 한 것이다. 마트에 가봐야 딱히 살 것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괜히 섭섭하다. 나이가 몇 살인데 화상 좀 입었다고, 병원에 혼자 갔다고, 좀 아프다고 왜 이리 서럽나.....
오늘 불볕더위가 예상된다고 하니 땀 흘리면 씻어야 하니까 절대로 물 닿지 말게 하라는 붕대 감은 팔을 모시고, 방바닥에 등 붙이고 누워서 무한정 쉬어야겠다.
딸이 중학교 다닐 때 미술 수행평가로 글자 새긴 것 앞에서 한 컷
손 등에도 이미 오래전부터 굽고 튀기는 요리하다가 데인 곳 피부가 변색하여 검은 점처럼 변해서 엉망이다. 피부과에서 레이저로 지울 수 있다던데 시술비용 들이기 아까워서 그냥 놔뒀더니 검버섯 핀 것 같다. 딸이 내 손 볼 때마다 마음이 안 좋은지 피부과 좀 다니라 하는데 나는 맛있는 거 만들어주다 데인 영광의 상처라고 괜찮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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