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으로 붕대 감은 지 이제 겨우 이틀 째 접어드는데 붕대 감은 팔이 썩는 기분이 든다. 진물이 나서 붕대에 묻어 나오는데 오늘 일요일이라 병원에 갈 수가 없다. 내일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데 팔이 벌써 간지럽고 따갑다. 깁스라곤 해본 적이 없다. 깁스한 것도 아닌데 이리 견디기 힘들 줄이야.....
오른팔에 가장 큰 사이즈 고무장갑 구해서 한 짝 끼고 오른팔 높이 들고 딸에게 샤워를 시켜 달랬다. 거울 보니 웃음이 나서 혼자 보기 정말 아깝다. 자유의 여신상도 아니고 한쪽 팔에 빨간 고무장갑 낀 맨몸 여신(?)이다. ㅋㅋㅋ
저한테 맛있는 것 해주다가 데어서 불쌍하다고 딸이 지극 정성으로 씻겨준다. 나중에 다 나아도 안 나은 척하고 씻겨달라 하고 싶다. ㅋㅋㅋ 어릴 때 엄마가 씻겨준 뒤로 내 몸을 누가 씻겨준 것이..... 음... 목욕탕 때밀이 아주머니의 손을 타기는 했지만 그것과는 또 다르다. 이렇게 좋을 수가.....
불편하고 간지럽지만 변수로 생긴 좋은 점을 즐기기로 했다. 설거지하는 시늉 하다가 붕대 젖었다고 설거지도 해준다. 역시 딸이 좋다. 빨리 나아서 딸을 귀찮게 하는 엄마에서 탈출해야 하는데 그래도 딸이 나를 챙겨주는 게 너무 고맙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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