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전화벨이 울린다. 나현이네에 올해 초에 이사한 뒤 가보고 내내 서로 소식 없이 지냈다. 명절이라고 나물에 밥 한 그릇 같이 비벼먹자고 전화를 한다. 오랜만에 갔더니 그 사이 둘째 딸이 사놓고 키우는 토끼가 있다.
밥 먹고 음식을 주는 대로 계속 먹었더니 너무 배 불러서 좀 걸으러 나갔다.
달 뜨면 보름달이 담긴 풍경도 찍으려 했는데 구름에 가려서 달 구경도 못하고 들어왔다. 매년 추석에 이 바닷가에서 딸이 찍어주는 기념사진을 남긴다. 마침 오늘은 공부한다고 내일 나가자 했다. 오늘 함께 나왔으면 달을 볼 수 없어서 아쉬웠을 것이다. 내일은 구름이 걷히고 달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이번이 통영 바다를 배경으로 찍는 추석 기념사진으론 마지막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