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나를 망설이게 했다. 혼자 떠나는 섬여행은 자고로 날씨가 화창해야 한다. 언제 한줄기 쏟아질 것 같은 흐린 하늘 때문에 터미널에 가는 순간까지 계속 망설이다 진주로 향했다.
단골 유부초밥집 가서 시원하게 국수 한 그릇~
어제 전화로 연락받은 이벤트 당첨 상품 수령일 기한이 길지 않아서 시간 날 때 받아두러 백화점에 갔다. 12월 31일까지 이용 가능. 수능 치고 딸이랑 1박2일 서울 여행을 해야겠다.
지난 주에 이 매장에서 화장품 사고 직원이 알려줘서 응모한 거라서 찾아가서 덕분에 당첨 됐다고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국수 먹고 배가 부른데도 불구하고 주말에는 빨리 팔리고 문을 닫는다는 수복빵집에 찐빵 먹으러 갔다.
한 끼 식사로 가능할 양인데 후식으로 먹었다. 1인분 4개.
찐빵 안엔 소가 그리 많이 들어있지 않고 그냥 담백하다. 걸죽한 팥국물 같은 것에 찍어 먹는다. 팥국물에는 계피가 들어있다. 결코 요즘 사람들 입맛에 맞는 세련된 찐빵은 아니다. 그런데 내 입에는 맛있어서 배 부른데도 금세 다 먹어치웠다.
국수를 먹고 오지 않았다면 2인분은 먹었을 것 같다.
팥빙수는 여름에만 하고, 꿀빵은 겨울에만 판다.
근처에 진주 중앙시장이 있다.
두어 블럭 지나면 육회비빔밥으로 유명한 천황식당이 있다.
육회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나도 아무 생각없이 한 그릇 뚝딱하게 되는 맛집. 무 넣고 끓인 맑은 선지국을 함께 주는데 그 국물이 진하고 맛있다. 3대에 걸쳐 100년간 이어진 전통있는 음식점이다.
한우를 재료로 쓰고, 육회비빔밥, 불고기, 육회 세 가지 메뉴만 판다.
한 번에 두 끼 분량의 식사를 한 탓에 소화시키려면 한참을 걸어야 할 듯...... 남강변 따라 걷기 시작. 비가 많이 왔는지 남강물이 엄청나게 불었다.
맹그로브 숲도 아닌데 나무들이 물에 잠겼다.
강물이 불어서인지 여기에 자전거를 대놓으신 분이 낚시를 즐기고 계셨다.
시내부터 한참을 걷다보니 화장실 가고 싶은데 주변에 화장실을 눈을 씻고 찾아도 없다. 돌아서 한참 가면 시외버스 터미널 정도에나 있으려나..... 거기까지 거슬러 올라가 걸으려니 인생이 갑자기 복잡해지는 기분이다.
언젠가 하동에서 섬진강변을 오래 걷다가 화장실이 하나도 없어서 정말 곤혹스럽게 아랫배가 미치도록 아팠던 경험이 있어서 비슷한 경험을 하고 싶지 않았다. 인생 뭐 복잡하게 살 필요있나. 가벼워지기로 했다.
일단 으슥한 자리에 있던 벤치에 가방을 놓고 주변을 살폈다. 아무도 없다. 그리고 생각한 것을 곧장 행동으로 옮겼다.
어디까지 어떻게 가서 화장실을 찾을까 온갖 궁리를 다 하던 머리가 갑자기 잠잠해지면서 인생이 한결 가벼워진다. 이렇게 시원할 수가.....
어미를 잃었는지 혼자 방황하는 어린 길냥이와 '야옹' 소리 주고 받기 놀이를 했다. 먹을 게 있었으면 좀 주고 왔을텐데 아쉽게도 내 가방엔 물이랑 커피 밖에 없었다.
다리를 건너는데 고등학생 둘이 담배 연기로 청춘을 뻑뻑 태운다. 폐가 삭는 소리, 인생이 빨리 시드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기분에 괜히 내가 안타깝다. 청춘이 타들어간다~~~
통영행 버스를 타고 다시 우리 동네로 돌아왔다. 딸내미가 오늘은 하필 열쇠를 들고가지 않아서 더 멀리 돌아다니다 올 수 있는 자유를 스스로 반납하기로 했다. 어쩔 수 없다. 야간자율학습 안 하고 집이 편하다고 매번 집으로 돌아오는 딸을 뭐라 할 수가 없다.
중앙시장에 횟감을 물색하러 나섰다. 전어가 6 마리 만원이란다. 쳐다보고 지나치려니 뼈도 떠주신다고 사가라신다. 얼쑤~
몇 마리를 잡았는지 알아서 주시겠거니 하고 그냥 멀뚱하니 보고만 있었다.
뼈 씹히는 거 싫어하는 딸을 위해 뼈를 바른 전어회 만 원 어치.
사진 찍어놓고 초장은 물리고 된장에 찧은 마늘과 참기름, 올리고당과 깨를 섞은 막장을 만들어서 거기다 콕콕 찍어서 맛있게 냠냠~
한동안 집 나갔던 뱃살이 다시 돌아오는 중.... ㅠ.ㅠ
역시 가을은 식욕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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