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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1>

2월 17일 눈사람 - 정승환

by 자 작 나 무 2021. 2. 17.

멀리 배웅하던 길 여전히 나는 그곳에 서서

그대가 사랑한 이 계절의 오고 감을 봅니다.

아무 노력 말아요.

버거울 땐 언제든 나의 이름을 잊어요.

 

 

꽃잎이 번지면 당신께도 새로운 봄이 오겠죠.

시간이 걸려도 그대 반드시 행복해지세요.

그다음 말은 이젠 내가 해줄 수 없어서 마음속에만 둘게요.

 

꽃잎이 번지면 그럼에도 새로운 봄이 오겠죠.

한참이 걸려도 그대 반드시 행복해지세요.

끝눈이 와요.

혹시 그대 보고 있나요.

슬퍼지도록 시리던 우리의 그 계절이 가요.

마지막으로 날 떠올려 준다면 안 되나요.

다시 한번 더 같은 마음이고 싶어

우릴 보내기 전에

몹시 사랑한 날들 영원히 나는 이 자리에서

 

 

지난가을에 자주 듣던 노래다. 나에겐 첫눈도 끝눈도 없었던 겨울, 매화 핀 것 보러 가고 싶어서 마음이 간질거린다. 섬진강변에 배꽃 핀 것 보며 걷고 싶어서 마음이 간질거린다.

 

이제 꽤 오래 앓아서 아플 만큼 아팠는지 슬슬 충전이 끝날 모양인지, 체급이 달라진 이 무거운 몸이 가뿐해져서 나갈 수 있는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코로나 전파에 겁먹은 딸을 설득하지 못해서 같이 짧은 여행 한 번 하지 못하고 몇 해가 지나간다.

 

앞머리가 다시 길어질 때까지 어색한 시간을 견디며 새봄 맞을 준비를 해야겠다. 나는 당장이라도 금요일에 뭔가 결정되면 뭐든 저지르고 싶다. 재밌는 것이 없어서 재밌는 일을 만들어야겠다. 올해는 어떤 엉뚱한 짓을 해보나.....

 

선암사에 매화 보러 가고 싶다. 3월 중순쯤엔 그곳에 매화가 피겠지.

사진을 찾아보니 2011년에는 3월 26일에 선암사 매화가 활짝 피었다. 2016년엔 3월 19일에 선암사에 매화 보러 갔었고, 그해에 유난히 섬진강 쪽에 자주 갔다. 그해 봄에 일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때도 백수였구나..... 혼자 참 많이도 걸었네.

 

너무너무 돌아다니고 싶어서 차 사고 싶다! 여행 가고 싶어!

이렇게 마음이 간지러운 것을 보니 곧 봄이 오려나 보다.

 

여전히 진통제와 함께하지만 견딜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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