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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1>

가벼운 바람이라도 타고

by 자 작 나 무 2021. 2. 16.

수년 동안 감정 노출증 환자 수준으로 카페 게시판에 글 쓰던 것을 2년 전에 끊었고, 새로 가입해서 놀던 곳은 매일 서너 편씩 게시판에 써대던 것을 끊은 지 한 달이 넘었다. 그 정도 썼으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대략 그려지고도 남을 것이니 인제 그만 써도 될 것 같다.

 

첫인상이 너무 딱딱하고 무서울 것 같다고 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가볍게 다양한 이야기를 털어놓듯 쓰다 보니 습관적으로 아무 말이나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카페 회원 대부분은 수도권에 살고 나는 모임에 한 번 가기도 힘들고, 가봐야 단번에 내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비슷한 또래의 싱글이 느끼는 감정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재미로 게시판을 이용한다. 괜찮은 여자 친구는 생겼는데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괜찮은 남자는 없다.

 

혹시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글을 쓰지 않아서 게시판을 통해서 알 수 있는 내 시야에 잡히지 않았거나, 나와 마주칠 기회나 서로를 발견할 기회가 없었겠지. 40대 중반 이후에 결혼한 친구가 그 카페를 소개해줬다. 자기는 수없이 카페 모임에도 나가고 게시판에 글도 많이 썼는데 결국 결혼한 남자는 다른 곳에서 만났다.

 

일상의 반경 안에서 자주 마주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면 좋겠지만, 내 생활 반경 안에는 학생밖에 없다. 이렇게 혼자 늙으면 내 딸이 나를 걱정할 것이고, 세상과 더 동떨어진 삶을 살 게 될 것 같아서 나도 걱정이다.

 

수도권으로 이사해서 사람을 만나기 위해 살아볼 수도 없고, 여기서 어떻게 해야 누군가를 만나고 사귈 기회가 생길지 정말 알 수가 없다. 일도 책임감도 내려놓아도 될 아주 짧은 이 시기에 할 수 있는 잡다한 생각은 다 해보고 저지를 수 있는 일을 생각해내야겠다.

 

이왕에 건강하게 재밌게 행복하게 살아야지. 곧 꽃 피는 봄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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