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순간 몰려드는 걷잡을 수 없는 허망함
어떤 감정에든 빠져들 수 있어야 감정을 그려낼 수 있다. 어떤 배역에 맞춰 성격을 설정하고 그대로 연기하다 보면 연기가 끝난 뒤에도 감정적인 후유증을 느낄 배우처럼 나도 잠시 들어갔던 감정의 여파에 시달리기도 한다.
도무지 그래서 소설은 쓸 수가 없겠다는 결론을 얻었다.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끌어당길 수 있는 글을 쓰려면 단순히 내 생각에만 빠져서든 어려운 일이다.
실상의 나는 때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으로 모든 것이 끝나도 아무렇지도 않을 것 같다. 내 역할을 설정하고 몰입해야 사는 맛이라는 게 느껴진다. 맛있는 것을 즐기는 딸과 함께 맛있는 것을 먹는 즐거움에 집중하는 시기가 지나고 보니 내 몸이 힘들어서 뭔가 먹는 것 외에 혼자 과히 먹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진 않다.
이젠 설정을 바꿔야 한다. 껍데기는 나날이 늙어가고 속은 비고 생각은 코가 맞지 않은 엉성한 상태다.
일단 내 숙제는 몸 아픈 게 싫으니까 영양제든 약이든 잘 챙겨 먹고, 하기 싫어도 운동하려고 노력하고, 이 몸을 잘 살려놓을 것!
이상한 감정이 휘몰아쳐 올 땐 가만히 그 속을 들여다보면 된다. 이게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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