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고 행복할 때도 누군가 대화할 상대가 필요하겠지만, 우울하고 서글픈 기분이 들 때 누군가와 가벼운 대화라도 시작한다면 그 지점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대화할 상대가 없음으로 혼잣말을 여기에 털어놓는다.
오늘 낮에 딸이 기숙사로 떠나면서 한참 다음에야 올 것이라고 말했다. 매주 오라고 할 수는 없다. 이번엔 가져갈 짐이 남아서 온 것이니까.
금요일 오후부터 딸과 함께 있다가 딸이 가고 난 뒤에 한참은 뭘 해야 좋을지 몰라서 머리가 핑 도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막막한 기분과 우울함이 밀려왔다. 쓸데없는 소리를 카페 게시판에 기분대로 쓰는 것을 끊었더니 이젠 그런 식으로 기분 표현하는 법을 영영 잊은 사람처럼 속에서 뭔가 맺혔다가 근육 뭉치듯 한다.
눈도 어두워지고, 귀도 어두워지고, 몸의 기능이 전반적으로 약해지는 것을 수긍하지만 이것을 강화하기 위해 뭔가 적극적으로 하는 것에는 아직 큰 뜻이 없다. 혼자 있으니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소리를 키워서 뭔가 듣고, 보게 된다.
왜 두려운지 한 가지는 안다. 숙제를 덜한 기분, 뭔가 부족한 기분, 내일 아침에 모닝콜을 듣지 못하고 다시 잠들기라도 할까 봐 깊은 잠을 잘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
그냥 혼자인 것이 싫은 거다.
내년엔 진주로 이사할까? 그럼 바다가 보고 싶을 거다.
어쩔 수없이 일에 파묻혀서 내 인생을 포기한 사람처럼 살아지기 전에 누군가는 만나야 한다. 이렇게 마냥 늙어갈 수만은 없다. 이렇게 살다가 계속 혼자 사는 것에 익숙해지면 아무도 만나서 적응하지 못하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이미 번거롭고 갑갑한 굴레는 견디기 힘들 것 같은 자유롭고 편안함에 길들여진 나를 보면 막연한 두려움도 생긴다.
자유분방하지만 지킬 것은 지키는 내 딸이 나를 불편해하지 않는 것은 내가 같이 지내기에 불편하지 않은 사람이어서인지, 익숙해져서인지 잘 모르겠다. 지금 이 순간은 그렇다. 그냥 좀 우중충하고 우울한 생각이 내 머리 뒤에서 그림자처럼 서성이는 까닭에 자신감을 잃었다.
금요일 저녁에 딸과 함께 마트에 가서 간단하게 장을 보고 결재하면서 깜짝 놀랐다. 할인하는 와인 두 병을 장바구니에 넣고, 딸이 맛있다고 좋아하는 맥주 캔 4개를 더한 것이 화근이 되어 먹을 것이라곤 고기 한 팩뿐이었는데 결재 금액이 상상을 넘어섰다.
어제 고기 굽고, 샐러드 소스와 고기 찍어먹을 소스를 바로 만들어서 맛있게 잘 먹었다. 남이 맛있다고 말하는 와인은 어떤 맛인지 궁금해서 1865라는 와인을 두 종류 샀다. 확실히 그전에 사서 입에 좀 맞지 않는 애매한 와인보다는 내 입에 훨씬 낫다. 오늘도 한 잔 마시고 잠들까 싶기도 하지만, 내 컨디션에 자신이 없어서 그냥 잠들어야겠다. 새로 필기 시작한 노트와 전에 쓰던 노트를 머리맡에 두고 해야 할 일을 만들어서 이 방으로 건너왔는데 마음이 간사해서 급한 불 끄고 나니 공부하기 싫다.
심심해서 공부할 때가 좋았다. 이젠 심심해도 공부하기 싫다. 뭐든 재밌는 일을 만들어서 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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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계절이 바뀌어서 입을 옷이 없고
나는 10kg이나 체중이 늘어서 그전에 산 옷이 맞지 않아서 입을 옷이 없다. 새로 산 원피스는 입으니까 임신복 같다. 젠장!!!
딸내미 옷 몇 가지 인터넷 쇼핑몰에서 사서 딸내미 주소 받아서 주문하고, 내 옷은..... 내일 들어가는 거 아무거나 입고 나가야겠다. 살은 어떻게 빼야할지 걱정이다. 몸이 무겁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옷이 몸에 들어가지 않으니까 어떻든 살을 빼야 사람답게 살 텐데...... 몸에 들어가는 고무 치마 몇 개로 버티며 살기엔 이 뚱뚱해진 몸매가 싫다. 싫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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