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창체 시간에 온라인으로 셀프 자기소개 질문지를 내줬다. 이미 어디선가 만들어서 쓰는 질문지를 편집한 까닭에 담임의 첫인상이 어떻냐? 담임에게 바라는 점을 묻는 문항도 있었다. 얼굴 보고 목소리 들으며 대화한 적 없는 꽃 같은 열여덟 살 소녀들이 단톡 방 알림 카톡과 내 사진 한 장으로 느낀 첫인상을 글로 적어 보냈다. 물론 많은 문항 중에 묻힌 짧은 문항 중 하나였지만, 나도 모르게 사심을 품고 읽게 되더라.
까불까불 하는 어떤 학생이 '선생님이 착하고 예쁘게 생겨서 빨리 학교 가서 만나고 싶다'라고 썼다. 뇌물 받은 기분이다. 그러잖아도 단톡 방에서 나름 톡톡 튀고 귀여운 인상을 남긴 그 아이가 내게 써 보내준 그 답변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페이스 앱으로 손 본 프로필 사진을 띄우고 실물과 다름을 정중하게 알렸다. 셀카 앱에 익숙한 소녀들이 그걸 모를 리 없을 테고, 사진발에 나중에 속았다고 화 내진 않겠지?
퇴근길에 냉장고에 모셔둔 떡 남은 것 들고 오는 것도 잊고 콧노래를 부르며 다리를 건넜다. 집에 돌아오니 몸이 그대로 녹아내리는 것 같다. 커피 두 잔 마신 시간 외에 뭐 그리도 할 일이 많은지 종일 일에 쫓기다 왔다. 그래도 할 일은 여전히 줄지어 있다.
피곤하니 배 고파도 먹고 싶은 것도 없다. 혼자 밥 먹기도 싫고...... 눈이 절로 감기는데 이제 막 배달 주문한 충무김밥이 도착했다. 최소 주문 양 때문에 혼자인데 3인분이나 주문했다. 오늘따라 충무김밥에 곁들여져 나오는 섞박지가 시원하니 맛있어서 단숨에 1인분 넘게 먹었다. 씻지도 못했는데 졸음이 쏟아진다.
어제는 바람이 꽤 불어서 해저터널로 걸어서 건넜고, 오늘은 다리 넘어서 내가 사는 섬으로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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