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함없이 하루에도 몇 번씩 그 집 앞을 서성인다.
뜸하게 올라오는 글을 읽고 또 읽는 것이 유일하게 이어진 길이었고, 그때나 지금이나 그 집 주소 하나 아는 것 외엔 아는 게 없다. 늘 들러서 빼꼼 들여다보고 지나가는 게 전부다.
그 시절보다 더 많은 인터넷 게시 공간이 존재하고 더 많은 사람의 흔적을 읽을 수 있는데 어쩐지 그때만큼 마음이 열리지 않는다. 아주 마음을 닫고 눈을 반만 뜨고 흘려보겠다는 작심이라도 한 것인지 사람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생긴 대로 마음을 풀어놓으면 정들면 헤어지면 죽을 것 같고 못 보면 미칠 것 같은 내 강한 집착이 상대방도 괴롭게 하고 나를 죽이는 꼴이 될까 봐 내 감정도 결국 변할 것이니 큰 의미 두지 않고 적당히 달래서 더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더 깊이 파고들지 못하게 눌러버린다.
내가 불편하게 생각하는 상대가 나를 찾거나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 아니라 불편하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불편한 사람이 될까 봐 아주 오래전부터 상대가 표현하지 않으면 내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것이 습관처럼 굳어졌다. 먼저 표현했다가 내 감정이 집중한 대상이 실상은 내 상상의 인물에 가까웠다는 것을 알고 실망하고 발을 뒤로 빼야 해서 난감해지는 경험을 해보니 더 그러하다.
노력해서 생기는 감정이 아니라 그냥 생긴 감정은 이 나이엔 쉽게 생기는 것이 아니어서 귀한 줄 안다. 그래서 더더욱 이것을 깨고 싶지 않다. 그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내가 그 사람 인생에 끼어들어서 그런 행복을 더 크게 해 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러기엔 내가 많이 부족해서 차마 나설 수가 없다.
그 감정이란 것이 조금 더 부풀어 올랐다가 살짝 줄어들기도 하지만 원천적인 감정의 색깔은 변하지 않고 온도 차이가 미세하게 날 뿐이다.
언젠가 시간이 지나고 돌아볼 때, 이 짧은 기록이 많은 것을 다시 기억하게 할 것이다. 생각만 해도 절로 웃음이 나는 이 감정이 그때도 느껴질까. 내 감정이 얼마나 혼자 부끄럽고 우습고 유치하고 간지럽고 귀한 것이었는지 나중에 기억이나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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