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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1>

여름 정원

by 자 작 나 무 2021. 6. 26.

버스를 기다리다가 혼자 비 오는 날 또 섬에 가는 게 몸이 쏠리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530번 버스를 타야 할 것을 그 버스보다 1~2분 정도 먼저 온 531번을 탔다. 멀리 가기 전에 갈아타게 내렸어야 했는데 딱히 의지가 생기지 않았는지 그냥 미적거리다가 환승 기회를 놓쳤다. 그래서 삼덕항에서 욕지행 여객선을 제 시각에 타기 어려울 것 같아서 포기했다.

 

혼자라도 꼭 수국 핀 연화도에 가겠다던 생각은 접고 애매하게 내린 버스정류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수목공원까지 슬슬 걸어갔다. 홍매실이 떨어진 자리엔 향긋한 냄새가 난다.

 

수련과 수국의 계절이다.

 

간밤에 깊은 잠에 들지 못해서 피곤한데 일찍 깨는 바람에 커피 한 통만 담아서 나왔다. 아무도 없어서 노천카페라 생각하고 혼자 멍하니 앉아있었다.

 

진한 커피를 그득 마신 뒤에야 자리에서 일어섰다. 카페인으로 잠시 피곤한 머리를 속이고 좀 걷기로 했다.

 

 

한창 수국 사진 찍을 때는 기분 좋았다가 금세 심드렁해졌다. 이런 풍경 속에 혼자 있다는 것이 좋지만은 않았다.  

뭘 해도 기운 나지 않는 이상한 날이었다.

 

부산에서 오후에 돌아오기로 한 딸과 사상에서 만나서 장유에 갈 약속까지 중간에 했는데 집에 돌아와서는 피곤하다고 드러누워 버렸다. 잠이 들지도 않고 이상하게 피곤한 건 잡생각이 많아서다. 이걸 어떻게 털어버려야 좋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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