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집안에만 있기엔 답답해서 오후 느지막이 바닷가에 나갔다. 혼자 가장 자주 걷던 길인데 찝찔한 짠내 나는 것도 싫고, 여름바다는 끈적하고 텁텁해서 별로다. 섬으로 둘러싸인 이런 바다는 여전히 매트릭스에 갇힌 듯한 내 현실을 강요하는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살아야 해서 혼자 눈물을 머금고 걷고 또 걸었던 길. 찻길 피해서 아는 사람 마주칠 확률이 가장 낮은 산책길.
살아남아야 하는 처절한 현실을 조금 벗어나서는 이런 불평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기침 하지 않고 이렇게 걸을 수 있게 되었으니 그때처럼 혼자인 것이 숙명인 듯 비장하게 혀를 누르며 울음을 삼키지 않아도 된다. 나에게 이제 그런 삶을 강요하지 말기를.
자신을 끌어안고서라도 자신을 위로해야 할 때가 있다. 왜 그런지 굳이 말하고 싶지 않은 유치 하고 치사한 감정에서 자유로워져야 할 때다. 어디선가는 혼잣말이라도 실컷 해야 할 것 같은데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때는 글을 써야 한다.
어찌 보면 딱히 잘못한 일도 없는데 왜 이렇게 부끄러운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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