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 성리학, 불교를 지나서 이제 겨우 노장사상에 이르렀다. 인간이란 존재의 연원 혹은 근원, 실체에 대한 접근이나 통찰이 이뤄지게 하는 많은 종류의 길을 갈래갈래 안내하는 내용이다. 아무런 통찰 없이 이론적으로 하는 강의의 식상함이 얼마나 그 수업 내용을 지루하고 고리타분하게 생각하게 하는지 느껴본바, 나는 좀 다르기를 바랐다.
결론은....... 오십보백보였다. 어느 순간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인 그들과 잠시라도 정말 염화미소와 같은 순간을 가졌던 것인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 과한 욕심이다. 그냥 입시 문제나 잘 풀게 이론 전달만 잘해도 중간은 갈 텐데. 어느 시대나 어느 사회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은 비슷하고 그것을 이해하고 풀어내는 방법은 원천적으로 비슷하다는 말로 운을 뗐다.
처음이어서 더 부담스럽고 어려웠다. 그렇게 준비한 수업을 딱 한 번, 한 시간으로 끝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학기 내내 따라다녔다. 잘 안다고 생각한 것을 대하는 자신의 문제점을 발견했다. 완벽하지 못하면 불안에 떠는 습성도 고쳐야겠다. 완벽할 수도 없으면서 마음에 차는 수준까지 준비하지 못하면 목소리가 떨리고 머릿속이 하얘지기도 한다.
아는 만큼 전달하지도 못하면서 그 많은 말 중에 가장 적당한 말의 조합으로 변형하여 그들에게 전하는 게 답이 나오는 간명한 수학 공식도 아닌 바에 어떻게 완벽할 수 있을까. 내 발상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그냥 늘 부족한 게 사실이고, 그걸 인정하고도 반성하지 않는 나의 안일함. 그 정도면 될 것이라고 때론 너무 낮게 선을 그어버리는 자만까지.
스물다섯 혹은 서른둘에 겪었어도 늦었을 것을 이 나이에 겪고 있으니 한참 늦은 시작이 끝 또한 급작스레 올 것이니 이 모든 것이 단 한 번으로 끝날 수도 있다. 순간뿐이다.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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