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와 동선이 겹쳐서
PCR 검사를 받으러 갑자기 가게 된
A가 나에게 쪽지를 보냈다.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유일하게 한 시간 빈 시간까지
꽉 채워서 대강을 부탁하고 갔다.
말이 부탁이지 그냥 통보하고 가버린 거다.
나 정말 오늘 업무가 많아서
입에서 불이라도 뿜을 지경이었는데.......
왜 다른 사람 찾지 않고 나한테?
괘씸해도 생각뿐이지 따질 수도 없지만,
오늘 너무 힘들어서 솔직히 좀 화가 났다.
나쁜 시키
나 대학원 다닐 때 입학해서
나이도 4살이나 어린 게
나를 동갑쯤 되는 줄 알고
참 패기 넘치게 작업 멘트를 날렸던 것을
얼굴 본 순간 바로 기억해냈다는 걸
모르겠지?
눈이 이마 꼭대기에 붙었던 시절,
내 인상은 날카롭기 짝이 없어서
우연히 길 가다 말을 거는 남자는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
기억하고 말고.
그 바람에 퇴근하고 김밥 두 줄 해 치우고
한 끼 식사로 거뜬한 참외 하나 깎아 먹고
에그 드랍에서 폭신한 미스터에그까지
주문해서 먹어치웠다.
저녁을 그렇게 먹어서
뱃살만 풍만해졌다.
오늘 내 넘치는 식욕은
간신히 스트레스 상황을 견디던 내게
생각지도 못한 일거리를 던져놓고
가버린 A부장 탓이다......
마법에 걸려서 그런 게 아니라고~
긍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