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느끼는 이것은 분명 마음의 허기다.
그런데 자꾸만 뱃속을 채우는 것으로 눈 가리고 아웅 한다. 결코 이렇게는 이 허기가 채워질 수 없음을 잘 안다. 바닥까지 훑어내려 가서 원천적인 생각, 욕심을 분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작년 가을에 한 번 보기로 한 사람을 어제야 만났다. 아침 일찍 이 외진 곳까지 찾아와줘서 처음 가보는 전망 좋은 카페에서 오전에 늘 채우는 카페인 충전을 하고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의 인생 중에 상대가 들려주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뭔가 묻지 않고 이야기 해주는 대로 듣고, 상대를 어떤 사람이라고 판단하거나 잘라서 모양 만들지 않고 보여주는 대로 보려고 한다. 그래서인지 대화 속에 감정이 개입되지 않아서 내 반응은 담담하고 객관적이다. 그래서 결코 어떤 선도 넘을 수 없다.
문화 탐방, 카페 탐방에 동행했던 동호회 회원의 모임처럼 담백하게 무심하게 누군가의 인생 한자락을 이야기로 듣고 일어선다. 서로 원하는 바가 일치하지 않으면 그렇게 만남은 한 번으로 끝난다. 나는 최대한 내 단점부터 드러낸다. 그 외의 것은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서 나오는 행동이다.
내가 이렇게 약점 혹은 단점을 드러내는 것이 상대에게 아무런 해가 되지 않는데도 상대는 어떤 계산식에 나의 단점 혹은 조건을 넣고 계산할 것이고 적정 수치에 이르지 못하면 다음은 없는 거다. 솔깃할 수 있는 세속적인 계산식에 부응할 수 있는 수치를 내밀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마음과 마음이 먼저 만나야 사람과 관계가 이어지는 것인데 그런 상황에서 내가 경제적인 효용가치가 얼마나 있는지 따지고 들어가면 내 진정한 가치가 폄훼된다고 생각한다. 결국 나는 자존감이 넘쳐서 최대한 낮은 자세로 계산 이하의 수치로 환산하게 상황을 내버려 둔다. 그리고 누구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계산이 앞서서 나를 다시 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면 그대로 마감하면 된다.
그 과정에서 나는 또다른 나를 발견한다. 얼마나 무모한 자신감에 넘치는 사람인지. 얼마나 세상살이에 맞지 않는 무모한 열정으로 가득한 사람인지. 타인을 통해 나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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