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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2>

7월 31일

by 자 작 나 무 2022. 7. 31.

여행 사진을 정리하다가 2012년 사진을 찾았다. 블로그에 저장하지 않았으면 얼마나 한참 뒤졌어야 그 사진을 찾을 수 있었을까. 너무 많은 사진이 첩첩 쌓여서 찾다가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사진 크기를 다 작게 줄여서 기록한 것이 조금 아쉬울 따름이다. 똑딱이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그때 사진이 이젠 옛날 사진이 되었다. 10년 지났으니 옛날이지...... 강산이 몇 번 변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그때 감은사지에 갔던 기억은 나지만 내 모습이 저랬다는 것은 사진을 보고 난 뒤에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난 저런 모습이었구나. 마치 다른 사람을 보는 기분이다. 머리카락 짧게 잘라서 못생겨 보인다고 다시는 머리 짧게 자르지 말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받았던 때다. 머리 짧게 자르면 같이 살지 않겠다고 해서 이후에 단발을 시도하지 않게 되었다.

 

그때 사진을 보고 눈물이 나도 모르게 흘러서 훌쩍거리다가 딸이 그 시절 내게 했던 협박(?)이 생각나서 웃었다. 나에 대한 관심이 고마워서 그 협박을 사랑으로 알아들은 내가 이후엔 그런 시도를 하지 않으려고 상당히 애썼다. 짧은 머리, 파마한 머리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딸의 눈에 덜 미워보이는 형태로 살기로 마음먹었다.

 

꽤 오랫동안 다니던 단골 미용실이 없어졌다. 어디 멀리 이사하신 모양이다. 딸의 초등학교 친구 엄마가 하시는 미용실이었다. 익숙한 사람이 아니면 어쩌다 한 번 가서 머리카락 자르는 것도 어려워한다. 우연히 아무 곳이나 가서 머리카락을 잘라달라고 하면 내가 요구한 것보다 훨씬 많이 잘라버리고 원하지 않는 스타일로 만들어버리는 경험을 한 후엔 그게 더 어려워졌다.

 

다시 갈 미용실을 찾지 못하면 이대로 계속 머리를 길러야 할지도 모른다. 어차피 점점 머리카락은 빠지고 긴 머리가 어울리지 않아서 다시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될 테니 그 전엔 이대로 버텨보기로 한다.

 

30대 중반에 어떤 미용사 친구가 그랬다.

"너 나이가 몇 살인데 긴 생머리야?"

그땐 30대 중반인데도 그런 말을 들었다. 이제 누가 뭐라거나 내 머리카락은 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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