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8일
미역국 끓일까 하고 산 고기로 카레를 만들었다. 감자가 한 알 뿐이어서 고구마를 한 개 넣었는데 나쁘진 않지만 감자에 비해 그리 권장할 맛은 아니다. 감자와 당근처럼 볶아서 끓이면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은 채소로 끓여야 하는 음식인 모양이다. 그에 비해 고구마는 볶아도 삶아도 고구마다.
어제 배고플 때 산 고기와 가지로 오늘 불 앞에서 땀 좀 뺐다. 그래도 더운데 음식 만든 보람이 느껴지는 맛. 딸이 다니는 학교 교수님들께서 소금을 대량으로 산 이야기를 내게 전하며 소금 좀 사놓으라고 해서 어제 마트에서 소금 5kg짜리 하나 샀는데 무거워서 들고 들어오지 못하고 그냥 차에 두고 왔다.
오늘 딸과 통화하며 그 이야기를 했더니 온라인 주문을 하란다. 그걸 몰라서 산 건 아니다. 어제는 뻔히 알면서 일부러 계산 없이 무리한 짓(?)을 하고 싶었다. 잠시 누군가 어울려서 밥 먹고 차 마실 땐 괜찮다가 집에 돌아오면 그대로 깊은 우물 속에 잠겨서 허우적거리게 된다.
씻어놓은 체리를 한 접시 다 비우고, 블루베리는 싱싱할 때 먹지 못하고 그냥 냉장고로 들어갔다. 그래도 먹고살겠다고 마트에 가면 뭐든 잔뜩 산다. 그래, 나는 이렇게 악착같이 살아남겠다. 코로나에 걸린 이후에 컨디션이 나빠지면 혀에 감각이 묘하게 변해서 맛을 잘 느끼지 못하는데도 가지 튀긴 건 정말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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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집에서 만든 음식이 그립다고 한다. 감바스 만들어서 레몬 맥주 한 잔 같이 마시던 때가 그립단다. 어제 함께 본 영화 '엘리멘탈' 영화 주제곡, 영화 보면서 느낀 뒷 이야기를 한참 들려준다.
인종 차별과 같이 차이를 차별로 만드는 부류에 대한 이야기, 영화에서 말하고자 한 주제 토론을 했다. 영화 보고 나선 내가 돌아와야 할 거리 때문에 저녁에 바로 헤어져서 못한 뒷이야기. 종일 말 한마디 하는 일 없이 혼자 지내는 날이 허다하니 딸이 전화하면 간혹 통화가 길어진다.
여러 가지 푸념을 고스란히 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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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무사히 잘 지나가면 조금 나아지려나...... 괜찮은 듯하다가 괴로움을 인지하는 순간은 늘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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