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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3>

인과응보

by 자 작 나 무 2023. 11. 18.

2023-11-18

 

'원인이 있으니 결과가 따른다'

시기를 예상하지 못하고 받는 결과에 당황할 뿐이다. 어떤 때에 어떻게 돌려받을지 알 수 없지만, 때론 정교하게 이미 설계했던 일이 일어나는 것 같은 기시감과 착각이 들 때가 있다.

 

원하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틀어진 삶의 한복판에서 잠시 방황하거나 길을 찾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내 삶에서 그런 순간에 어디를 보고 어디를 향해 걸어야 좋을지 몰라서 가만히 멈춰 서서 숨만 쉬었던 날도 있었고, 너무도 선명한 삶을 사는 듯한 사람의 그림자를 눈으로 좇은 적도 있었다.

 

각자 다른 사람이 어떻게 같은 길을 같은 속도로 걸을 수 있겠나. 그러니 내가 너보다 낫고, 네가 나보다 낫다는 식으로 비교하여 가름하고 등급 매기는 계산법은 부적절하다. 나도 머리로 이해하고 말로 뱉으면서 행동은 다른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애쓸 뿐이다. 나보다 생물학적인 나이가 많은 이에 대해서는 관대하지 못했던 부분도 데이터 수정 중이다. 조금 시차를 두고 생각이 쌓은 벽을 허문다.

 

남의 생각을 강요하는 듯한 책을 읽고 거기에 동조해야 할 것 같은 압박(?) 받는 것이 싫어서 꽤 오랫동안 손이 가지 않는 책을 일절 읽지 않았다. 어쩌다 알게 된 책을 남이 읽고 이러저러했다는 글을 읽으면 찾아서 읽기는 했으나, 끝까지 읽지 못하고 몇 장 읽고 덮는다.

 

천천히 읽어도 다 읽는 경우는 책을 쓴 사람의 생각과 에너지의 방향을 따라서 함께 길을 걷듯이 바라보는 것이다. 어떤 분야이거나 지극한 노력으로 살아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는 거다. 

 

기한을 정하고도 견디는 게 쉽지 않은 일상의 부딪힘에 어떤 자세로 나를 세우고 살아낼 것인지 고민하는 문제가 있다.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 중 하나로 마침 손에 쥐게 된 책 몇 장을 읽다가 어제 한 권을 다 읽었다. 내가 전체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그 과정에서 내 자세를 가다듬고 목소리를 가다듬을 수는 있다.

 

가난한 부모를 만나고 시골에서 어려운 환경에서 사는 아이들이 세상을 보는 대체로 눈은 좁고 답답하다. 보고 듣는 것이 많고 다양한 기회가 원하지 않아도 척척 제공되는 환경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의 삶과 어떻게 비슷해질 수 있을까. 세상은 원래 이렇게 불공평하고 불공정한 것이니 나 하나쯤 대충 살고 막 산다고 더 나빠질 것 없다고 생각을 닫아버린 아이들의 쓸쓸한 뒷모습을 가끔 본다.

 

고작..... 알아야 네 몫을 찾는다는 말로 돌아보게 한다. 지금 내 자리에서 그 이상은 내 몫이 아니다. 그조차도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가능하다.

 

 

*

우연히 내가 아끼던 책 한 권 선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책 두 권 선물 받은 것도 어쩌면 인과의 한 작용일 것으로 생각해서 시작한 글이 이렇게 흘러간다. 늘 그렇듯이 계획하고 다듬는 글이 아니어서 내 일기는 뒤죽박죽이다. 일기 쓰고 나니 두 번째 책이 도착했다.

 

생각의 힘이 만드는 길도 결국 인과의 법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아무 생각이나 막 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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