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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3>

11.27

by 자 작 나 무 2023. 11. 27.

2023-11-27
 

밀봉한 늦가을 한 병을 선물 받았다.

 

여러모로 날 선 월.요.일
월요일은 원래 이런 날이야......
머리에 뚜껑이나 꼭지가 진짜 있다면, 그런 게 확 열리는 날이다. 분노 게이지 풀 충전~~~~
 
아무리 밟아도 150 이상은 속도가 나지 않는 작은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려봐야 내 목숨만 위태로워진다. 오늘 당장 죽어도 별다른 감흥과 회한 없이 갈 수도 있지만, 내 목숨이 붙어있게 된 것은 온전히 내 힘과 내 노력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니까 이 세상에 갚을 것은 갚고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버틴다.
 
아직 갚지 못한 빚이 남았으니 이렇게 살아지는 거겠지.
아침 출근길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포르셰도 속도 제한 때문에 달리지 못하니 별로 부럽지는 않더라.
 

이런 우중충한 기분으로 퀴퀴한 공기 속으로 들어가기 싫어서 바닷가에 나섰다. 호수 같은 바다 건너편에 있는 섬 위로 올라온 달구경을 한다.

 

 

이 근방에 사는 '냐옹' 가족을 만나서 사람처럼 잘 있었냐고 말을 걸어본다. 로즈메리를 몇 번 쓰다듬은 손을 킁킁거리며 향내를 맡고, 냐옹이를 쳐다보니 쪼르르 내 앞으로 다가온다. 꼭 나를 알아본다는 듯이.....
 

 

차에서 꺼내온 먹이 한 봉지를 부어주니 냐옹이가 한참 먹는다. 밥 먹고 나서 내 앞으로 다가와서 가만히 달을 등지고 앉았다.
 

 

 

쪼그리고 앉아서 밀담을 나누다가 오늘의 기념사진을 찍어준다. 너네 없었으면 나 오늘 울적한데 어쩔 뻔했을까......  냐옹이는 먹이를 먹기 전에도, 먹이를 먹고 나서도 내 곁으로 와서 가만히 앉아있었다. 새끼들은 먼발치에서 가만히 본다. 사람 손 타지 않아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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