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02
*색
혼자 먹는 음식은 요리 말고, 조리
차려놓고 먹다가 생각나서 한 장 찍었다. 밥은 추석에 딸이 왔을 때 딱 한 번 하고 밥을 해 먹은 적이 없다. 뭐든 먹기는 하지만 밥 하고 반찬 만들어서 먹지는 않는다. 카레를 만들면 밥은 안 넣고 카레만 먹고, 김치찌개를 해도 싱겁게 해서 찌개 건더기를 건져먹으며 고구마나 감자를 먹는다.
당근은 껍질 벗기는 것으로 죽죽 밀어서 볶아놨다가 다른 음식 볶을 때 프라이팬에 같이 넣어서 데워서 먹으니 편하다. 눈은 오래 써야 하는데 점점 성능이 약해져서 신경 쓰인다. 생각날 때마다 당근이라도 볶아먹어 본다.
찐 고구마와 블루베리는 달아서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 시금치 무친 게 맛있어서 혼자 감탄사를 막 쏟으며 먹는다. 상하악이 거의 맞지 않아서 먹는 것 자체도 이 정도 즐길 수 있는 시한이 그리 길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먹을 수 있을 때 맛있게 먹어야겠다. 목숨 걸어야 할 수술이 아니라면, 제대로 음식을 씹을 수 있게 양악 수술이 필요하다. 최대한 턱은 잘 쓰고 어떻게든 불편해지는 몸을 끌고 잘 버티는 수밖에 없겠다.
고기는 어차피 출근하면 같이 먹는 음식에 늘 나오고, 딸 만나면 딸 식성대로 고기를 먹으니 혼자 있으면서 굳이 고기 사다가 굽고 쪄서 먹고 싶진 않다. 색깔 선명한 알록달록한 음식이 입에 맛있고, 사람도 색이 뚜렷한 사람이 좋다. 무채색, 단색보다는 총천연색 아우라가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 소리
오늘 오후에 이대로 드러누워서 한숨 더 자고 싶지만, 주말에 오갈 데 없이 혼자 콕 틀어박혀 있는 게 싫어서 음악회 예약을 했다. 표를 사지 않고 예약만 하면 공짜로 음악회 입장권을 주는 프로그램이 간혹 있다. 매주 주말마다 가서 연주회에서 음악이나 들었으면 좋겠지만, 지금 당장도 씻고 밖에 나가기가 귀찮다.
예약해놓지 않았으면 밖에 나가지 않았을 거다. 어쩌면 게으른 나를 잘 알고 미리 약을 쳐놓은 셈이다. 혼자 영화 보러 가지는 않아도 음악회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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