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을 일이 없어서 양말 신은 내 작은 발 사진을 찍었다. 민망해서 발가락을 살짝 오그린 것이 포인트!
어느 해에 딸이 신겠다고 사달래서 사줬던 양말인데 이제 취향이 바뀌었는지 양말통에 두고 갔다. 그래서 수면 양말 대용으로 신었다. 출근할 때 신고 가기는 민망하니 그건 차마 못하겠고 집에선 신으니 귀엽다.
오랜만에 꿈을 꿨다. 꿈은 매일 꾸겠지만, 기억나는 꿈이 흔하지 않아서 이런 표현을 쓴다. 오늘 새벽꿈은 낮에도 그대로 떠올랐다. 아직도 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는지 상당히 드라마틱하게 야한 꿈을 꿨다. 웃기는 양말 신고 꿈꾼 내용을 떠올리니까 진짜 웃음이 터진다. 내가 몽정 꿀 나이구나...... ㅎㅎㅎㅎ
2023-12-05
열흘 남짓 지나면 딸이 기숙사 생활을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 사이에 몇 해 지나는 동안 진정한 자유인(?)으로 뭔가 실컷 해보고 싶었는데, 사는 게 그렇게 될 리 만무하지. '라면 먹고 갈래?'는 못해도, 남자 친구 비슷한 존재라도 만들어서 집에 따라가서 '라면 먹고 갈게'라도 한 번 해봤어야 했다.
내년엔 버킷리스트를 만들어야겠다. 이런 유치한 거라도 남들 해보는 거 나도 한 번쯤은 해보고 늙어야 덜 억울할 것 같다. 대학생일 때도 못해봤고, 나이 더 들어서도 남자 친구 집에 놀러 가서 드라마 속에 나올 법한 그런 장면 연출도 해봤으면 좀 더 재밌었을 텐데...... 내 청춘엔 그런 기억이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뾰족한 방법이 없다. 도대체 누굴 어떻게 붙들고 어떻게?
1. 싱글이세요? 애인 있으세요?
2. 저랑 커피 한 잔 하실래요?
이딴 소리 해도 될 것 같은 낭만적인 시기는 고작해야 20였을 때뿐인가? 그런 상황을 만들어도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에 처음 보는 사람과 무슨 대화를 하지? 내가 절세미녀 거나 상대가 절세미남이면 어떤 핑계와 이유를 갖다붙여서도 뭐든 하겠지. 잠이나 자자. 한 며칠 야한 꿈이라도 꾸며 이 유치하고 간지러운 감정을 달래 보자.
*
나도 어떤 사람에겐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지겠거니 생각했다. 내 감정은 때론 거울처럼 반응한다. 상대방의 감정이 비쳐 보여야 내 감정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혼자 하는 갖가지 상상은 들킬 염려도 없고, 거절당할 염려도 없고, 이어질 일도 없으니 공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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