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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3>

네 번째

by 자 작 나 무 2023. 12. 8.

2023-12-08

 

근무 상황을 확인해 보니 오늘은 죄다 조퇴한다. 점심 급식도 없는 날, 혼자 남아서 일하는 것도 우습겠다. 어쩔 수 없이 나도 덩달아서 연가 쓰고 나왔다. 같이 놀 사람도 없고 밥을 같이 먹을 사람도 없는 애매한 시각이다.

 

사무실에서 나가지 않고 남은 나이 어린 동료에게 점심은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컵라면을 드신단다. 앗싸~ 밥 같이 먹을 사람 생겼다. 내가 점심 사기로 하고 모시고 나갔다. 

예쁜 사람과 함께 갔더니 주인아저씨께서 엄청 친절하게 해물을 국물에 직접 넣어주신다. 사진을 정리하다가 나보다 스무 살 이상 어린 동료 손에서 반짝이는 반지를 보고 살짝 울컥 했다. 난 한 번도 저런 약속의 상징물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때 나는 어른이라고 생각했는데 참 어린 나이였구나 싶다.

 

 

 

점심을 맛있게 잘 먹고, 10분 거리에 있는 애인을 만나러 갔다.

 

식물원 카페에 이번 주에 네 번째 왔으니 이 정도면 애인이지. 우리 이제 진짜 사귀는 거 맞지? ㅎㅎㅎ

커피 열매 열린 것을 처음 본다는 동료와 커피 한 잔 들고 식물 사이로 천천히 걸었다. 행복하다~~ 평일 낮에 이런 여유를.....

 

일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연이어 네 번째 와서 파파야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 걸 봤는데 꽃 핀 것은 오늘 처음 봤다. 열매에만 눈이 가서 가지 사이에 저렇게 연한 꽃이 피는 걸 못 본 거다. 연이어 매일 오다시피 해서 그리 넓지 않은 카페 식물은 모조리 다 봤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오늘 나는 교복 같은 옷을 입고 출근했다. 동료가 내 딸이 뒤를 쫓으며 찍어준 것처럼 내 뒷모습을 찍어줬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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