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유별. 말 그대로 남편과 아내 사이에 別이 있다는 말이다.
陽과 陰이 각각의 역할을 함으로써 합하여 하나가 되는 것처럼, 양인 남편과 음인 아내가 각각의 역할을 하여야만 전체적으로 하나가 되어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즉, 남편은 아내의 마음이 자기의 마음과 같이 되기를 바라지 않고 다른 점을 인정하며, 아내는 남편의 마음이 자기의 마음과 같이 되기를 바라지 않고 다른 점을 인정할 때 전체적으로 조화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말은 남편은 자기의 아내와 다른 여자를 구별해야 하며, 아내는 자기의 남편과 다른 남자를 구별해야 한다는 뜻이다. 두 가지 해석이 나름대로 깊은 생각에서 우러나온 것으로 이혼율이 갈수록 높아지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한 번쯤은 깊이 새겨두어야 할 말들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두 번째 해석을 좀 더 강조하여 생각해보아야겠다.
부부는 사랑으로써 맺어지지만, 남녀 간의 사랑은 원래 조건적이다. 예를 들면, 어떤 남자가 특정의 여자를 사랑할 때는, 나이, 성격, 체격 등의 무엇인가가 자신의 기호에 맞았기 때문이라는 등의, 그 특정의 여자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것이 사랑의 결실을 보게 된 조건이 된다.
그런데 그러한 조건은 더 많이 갖추고 있는 여자가 이 세상에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여자가 나타난다면, 사랑은 그 새로운 여자에게로 옮겨갈 것이며, 이렇게 되면 기존의 부부관계가 해체되고 말 것이다.
이상적인 부부관계는 둘이서 ‘하나 됨’이 실천될 수 있는 관계이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부모와 자녀의 ‘하나 됨’이 무조건적이어서 자기의 부모, 자기의 자녀가 남보다 못하더라도 교환하지 않는 것처럼, 서로에 대한 사랑이 무조건적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결혼하기 전까지는 서로의 사랑이 조건적이었다 하더라도 결혼하는 순간 그것이 조건 없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 요컨대, 부부 사이에 別이 있다는 것은 남편은 아내를, 아내는 남편을 다른 사람과 구별하여 절대시 함이 있다는 것이다.
결혼 후에도 다른 사람과 혼동함이 있으면 부부의 ‘하나 됨’은 손상을 입게 된다.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은 서로 別을 지키는 것이다.
누구나 잘 아는 이야기지만 그 뜻을 잊고 사는 이들이 많다.
내 나이 정도 되면 대다수가 유부녀거나 유부남이다. 단순한 대화를 청하는 쪽지가 아니라 원하는 것이 한눈에 보이는 쪽지를 번번이 받는다. 처음엔 신사적인 듯했다가 몇 마디 나누어보면 그 역시도 원하는 것은 한 가지로 일축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내가 그들의 일회용 애인이 되어줄 이유가 전혀 없음에도 냉정한 반응과 함께 가끔 욕까지 해주는 나를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를 하는 고리타분한 여자라고까지 반박한다. 나는 성적인 본능도 무시하고 아닌 것처럼 살만큼 고상한 여자는 못 된다. 그래도 가릴 건 가리고 지킬 건 지키려고 노력하면서 사는 사람에 속한다.
아무리 세상이 각박해지고 변해도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할 도리가 무너지면 이미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니다. 아주 기본적인 것만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이런 말 하는 나를 윤리 선생 같은 소리만 골라서 한다고.... 전공을 그리 선택했던 이유도 앞으로 파생될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중요한 문제가 그것이기 때문에 사고의 틀이 어느 정도 잡히는 시기에 가치관을 바르게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서였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 길에서 잡지에서 TV에서 보이는 이에 비해 살찌고 덜 이쁘고 덜 싱싱해 보일지 모르지만, 젊고 아름다운 시절을 당신에게 고스란히 바친 그 마음은 한때 눈을 즐겁게 해주는 그녀들이 가지지 못한 얼마나 값진 마음일는지 그대 한번 생각해보았는지 묻고 싶다.
그녀도 한때 그들만큼 꿈꾸는 듯한 눈빛으로 당신을 사로잡는 매력을 가진 여자였으리라. 지금은 단지 세월이 시력을 흐려놓아 잘 보이지 않을 따름이지.
부부는 유별하니 남의 여자와 남의 남자와 견주어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비교우위의 자리에 반드시 두어야 할 대상이며 끊임없이 배려하고 노력하는 것이 관계를 윤택하게 하는 근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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