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2
등록한 지 열흘 넘었어도 그간 운동하러 간 횟수가 3번뿐이었다. 한 번 운동하러 다녀올 때마다 전신 근육통에 시달리다가 조금 나아지면 가고, 조금 나아지면 가다 보니 일주일에 세 번 채우는 것도 쉽지 않다.
어제는 아주 약하게 조금씩만 움직이다가 와서 오늘은 그럭저럭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아서 어제처럼 깔짝거리다가 왔다. 전에 마음먹고 동네 헬스장에 등록해서 석 달 꾸준히 운동했을 땐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게 6년 전이다. 그 사이에 나이가 그만큼 많아졌고, 이 연령대의 대표적인 특징이라더니 운동하지 않으니 근육이라곤 없다. 있던 근육도 다 녹아내린다는 게 맞는 모양이다.
앞다리 근육 긴장 시키는 기구에 앉아서 겨우 5kg을 들어 올리는데도 다리가 온통 후들거린다. 어깨 운동 기구도 5kg짜리에 끼우고 한 번 들어 올리는데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통증이 느껴진다. 이런 상태로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게 가능한지, 아주 약한 강도로 운동해도 근육이 생길지 의문이다.
올봄까진 너무 살이 많이 빠져서 보기엔 날씬해 보여도 그 상태로 근육이 생길 리 만무해 보였다. 가슴과 엉덩이가 납작해진 상태로 숱 다 빠진 빗자루형 몸매가 만들어질 것 같아서 살 좀 찌워서 볼륨감 있는 근육형 몸으로 변신하고 싶었다. 바람은 그러하였으나, 운동을 해보니 확실히 느껴진다. 이 저급한 체력으로 앞으로 살아남으려면 이렇게라도 뭔가 하지 않으면 앞으론 정말 어렵겠다.
집에 돌아와서 오후엔 다른 여러가지 일을 하겠다고 생각하고 나섰는데, 운동을 가열하게 한 것도 아닌데 그것만으로도 벅찰 만큼 내 체력은 약하다. 그간 정신력으로 버티고, 억지로 버티면서 산 것뿐인데 이대로 괜찮을 줄 착각한 거다. 내 몸 살리는 것부터 먼저다. 지금 내가 우선에 두고 지켜야 할 것은 내 건강이다.
넘치는 생각과 살아내야 하니까 뭐든 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욕심에 가려졌던 내 실체는 팔다리로 5kg짜리도 제대로 들어 올리지 못해서 온갖 신음소리에 눈물까지 난다. 이런 날이 있었지만, 정말 좋아졌다는 글을 쓸 날이 오기는 할까. 앞으론 하루에 너무 많은 것을 하겠다는 결심도 계획도 세우지 말 것!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것처럼 생각하고 죄책감 비슷한 것도 느끼려고 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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