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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4>

각오

by 자 작 나 무 2024. 11. 25.

2024-11-25

 

며칠 쉬고 운동하러 갔더니 처음 시작하는 때와 마찬가지로 근력 운동 몇 가지에 지친다. 특히 어깨 운동할 때는 엄청 가벼운 무게를 들어 올리는데도 팔이 달달 떨린다. 몇 개 하지 못하고 쉬고, 몇 세트 하지 못하고 일어선다. 이 정도만으로도 버겁다. 낮에 운동부터 하면 오후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드러누워서 지내야 할 정도가 되니까 아무리 살살한다고 해도 지금 내 몸 상태로는 근력 운동 하는 게 일상에서 나름 '일'에 해당할 정도로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인가 보다.

 

지금 운동해서 근육을 만들지 못하면 계속 근육은 녹아내릴 나이니까 앞으로 꼿꼿하게 서서 걷고 내 다리로 걸으며 가뿐하게 여행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늦은 것 같지만 시작한 지금이 가장 적당한 때고, 가장 빠른 때다. 낯선 곳에 꾸준히 찾아가서 눈치 보지 않고 깔짝거리는 수준이라도 운동을 끈기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다시 일을 시작하면 힘들어서 체육관에 가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그전에 기초 체력을 좀 키워서 좌절감이 덜 드는 몸으로 만들어야겠다. 이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는 좀 나아지겠지.

 

*

꽤 오래전에 방영했던 드라마 중에 젊은(?) '알츠하이머' 환자의 삶과 관련한 주제로 만든 드라마를 보고 있다. 알츠하이머와 관련한 이야기가 조금 나오긴 하지만, 겉은 멜로드라마다. 

 

기억의 조합으로 인간의 삶을 이해한다면 '나'라는 존재의 정체성은 그 기억을 잃음으로써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될 수 있다. 자기 삶과 주변의 사람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그 상태는 물리적인 몸은 동일체라고 볼 수 있지만, 기억이 없으니 복제된 몸에 다른 영혼이 들어간 것과 비슷하겠다.

 

사랑하는 가족을 기억하지 못하고 퇴화되어서 남의 도움 없이 살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치유될 수 없다면 , 완전히 다른 인격체가 되어서 연속성도 없고, 자각할 능력도 없다면 그런 삶을 지속할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내가 어느 날 그런 상태가 된다면 딸에게 어떻게 해달라고 말할지......

 

그 고민에 앞서 우선 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게 위해서 꾸준히 운동하고, 음식을 절제하며 영양소가 부족하지 않게 잘 챙겨 먹고,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더 노력하는 게 우선이겠다. 그리고 전적으로 딸에게만 의존할 수 없으니, 노년의 삶을 나누고 서로 의지할 친구를 꼭 만들어야겠다. 가을, 겨울 한 철 쉬면서 꼭 하려던 게 이런 거다. 인생이란 먼 길 지치지 않고 건강하게 걸을 수 있게 체력을 다지고, 조금 쉬면서 여유를 갖고, 인연을 찾는 것. 

 

딸에겐 새로운 세상에 걸맞은 반짝이는 새 이정표가 되도록 삶의 모델이 되어주는 것. 그저 그런 아줌마로 늙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20대에 자신과 한 약속을 지키고, 이젠 그저 그런 나약한 할머니로 나이 들지 않겠다는 새 목표를 세우고 노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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