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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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좋았는데..... 내일 아침에 오늘의 기록을 능가하는 체중 신기록을 달성할 듯하다. 운동했으니 다음에 먹자고 외식하는 거 거절하고 집으로 왔으면 느끼지 못했을 소소한 행복을 함께 느껴서 좋은데, 딸이 먹고 싶다고 해서 산 꽈배기 상자가 식탁 위에서 나를 유혹하는 바람에 입맛이 좋아서 과식하고 말았다.
항상 선택엔 그만한 대가가 따른다. 이렇게 살면 건강한 돼지가 되는 거다. 식단 조절해야 하는데 왜 꽈배기까지..... 이렇게 맛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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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할 땐 항상 화장을 하고 나가는데, 오늘은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씻고 나오면서 저녁을 밖에서 먹기로 한 바람에 목욕탕 다녀온 사람처럼 부스스한 모습으로 식당에 갔다. 내 평생 한 번도 그래본 적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나는 외출할 때 꼭 화장을 하고 다닌다.
대학교 다닐 때 하숙집에서 아침 일찍 밥 먹고 나가려고 화장하지 않고 하숙집 주방에 밥 먹으러 갔던 어느 날, 하숙집 할머니께서 심각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보시더니 내게 진지한 조언을 해주셨다.
결혼하면 남편보다 일찍 깨서 내 얼굴 보기 전에 꼭 화장을 하라고 말씀하셨다. 그 댁에 두 번째 부인으로 들어오셔서 아들 셋이나 낳으신 할머니 말씀이어서 새겨듣기로 했다. 화장기 없는 내 얼굴은 별로 예쁘지 않으니 화장을 꼭 하라고 일러주신 말씀 때문에 밖에 나갈 땐 화장을 하는 게 생활화 됐다.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맨 얼굴로 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다. 별 생각없이 밥 잘 먹었는데, 나오는 길에 얼굴 하얗고 말쑥하게 잘생긴 남자가 보이니까 화장하지 않고 나온 게 신경 쓰였다. 순간 돌아서며 생각했다. 내가 이젠 20대가 아닌데 화장을 하거나 하지 않았거나 아무도 나를 쳐다볼 리 없다. 이젠 쓸데없는 착각에서 깰 때다. 그런데도 내가 밖에 나가서 인상 좋고 말쑥한 남자만 보이면 나도 모르게 눈이 돌아가는 것으로 봐서 나를 지배하는 호르몬은 아직 넘치도록 기운찬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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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생각은 하지만 결코 말하지 못한다. 가보지 못한 길은 상상 속에서나 걷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