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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4>

사랑은

by 자 작 나 무 2024. 12. 1.

2024-12-01

 

인간에 대한 이해와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오래간다. 단순한 성적 매혹만으로 생겨서 이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결혼은 일종의 계약이므로 문제가 생겼을 때 위약금만 지불하면 그만이다. 결혼은 그런 거다.' 최근에 보고 있는 드라마 설정과 가치관은 그러하다. 세상이 변했는데 옛날에 배운 틀과 가치관으로는 세상 사람들을 이해하기엔 부족하다. 이런 드라마로 인해 새로운 가치관이 형성되는 것이라는 주장보다는 다양한 사람의 이해관계와 가치관을 이해하기 위해 때론 이런 드라마를 참고하기도 한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 경험하지 못한 관계를 유추하기에 간혹 도움이 된다. 이런 드라마의 허점은 어차피 가상의 세계니까 현실 문제를 전체 반영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결혼도 사랑도 나와는 거리가 먼 별나라의 일이다. 내 현실세계는..... 내가 만들어가야지. 다만, 사랑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므로 내가 사랑하고픈 대상이 나를 사랑하지 않고는 영원히 이룰 수 없는 꿈이다. 그가 나를 사랑하고 내가 그를 사랑하게 되더라도 동화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날지 알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시작하자는 말을 하지 않아서 끝내자는 말도 하지 못했다. 우리는 우리라는 게 있었는지도 모를 너와 나로 어느 순간 만났다가 흩어져서 각자의 삶을 살기만 했으니 결국 우리는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래도 끝없이 착각하고 싶었던 그 순간만은 기억 속에 돌고 또 돌았지. 가끔 쓸쓸해질 때마다 따뜻했던 네 손길을 떠올려. 걷다가 스친 네 어깨, 우산 하나로 잠시 걸었던 그 길의 풍경을 반복해서 재생하곤 해. 춥지도 덥지도 않았던 날, 냉랭하지도 뜨겁지도 않았던 그 순간이 드라마처럼 반복 재생되는 날이 있어.

 

사랑이 없어서 나도 사랑이 그리운 날, 그 순간을 반복 재생하는 드라마를 만들지.

 

 

*

몇 년 동안 열심히 낙서했던 카페 게시판에 내 글을 찾아서 읽다가 내 글이 다시 오르지 않아서 궁금했다는 댓글이 여러 개 붙었다. 나이 든 싱글이 공감할만한 글이 꽤 있었던 모양이다. 나를 겪어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내 말을 하는 게 싫어서 게시판에 글 쓰던 걸 끊었는데 요즘은 뭔가 다시 해볼까 싶기도 하다. SNS 하듯 책 읽은 것, 혼자 하는 소소한 여행을 가볍게 블로그에 툭 던지는 수준보다 조금 더 성의 있게 포스팅하는 것, 고민 좀 해봐야겠다.

 

그 카페 게시판을 통해서 그나마 몇 년 동안 꾸준히 나와 연락하는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었으니, 달리 방법이 없으면 그 게시판이라도 이용해서 이 낯선 땅에서 외롭게 늙어 죽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성향이 비슷한 친구를 가려서 만날 방법이 달리 없으니 글이라도 써서 친구를 구하지 않고서는 동네 밥친구 하나 만나기도 어려운 내 현실을 생각하면 어쩌면 그게 지금으로선 유일한 방법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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