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1일 지영이가 학교에서 주상절리대에 대해 배웠다며 이번 여행길에 꼭 다시 가봐야겠다기에 여행 마지막 날 아침에 주상절리에 갔다. 몇 해 전에 갔을 때는 조약돌이 깔린 바닷가를 통해 걸어가서 주상절리대를 봤는데 이번엔 새로운 데크길이 생겨서 그 바닷가는 볼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가만히 서서 푸른 바다를 감상하는 것도 좋은 배경으로 사진 한 장 찍는 것도 어려울 지경이었다. 사람들이 사진을 가장 많이 찍는 배경이 되는 장소엔 높은 곳에서 내려서 찍을 수 있게 의자도 마련되어 있었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주변에 다른사람이 보이지 않게 기념촬영을 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비켜달라고 양해를 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게 적정선을 넘어서서 가족 몇 사람이 그곳을 차지하고 아예 독차지하듯 사진을 수없이 찍고 우리 차례가 되어도 다른 사람들이 우루루 먼저 와서 끼어들어 사진을 찍는 바람에 멍하니 서 있어야 했다. 두 팀에게 새치기를 당하자 나도 살살 뿔이 났다. 이전에 자기가 사진 찍어야 한다고 비켜달라던 사람의 가족이 떡하니 서서 비켜주지 않고 있었다. 나는 이미 원하는 대로 충분히 양보했는데 막상 내 차례가 되니 자기들은 매너없는 행동을 서슴지 않고 했다.
나도 그들이 요구한대로 좀 비켜줬으면 했지만 말을 못하고 가만히 보고 서서 머뭇거리고 있으니 카메라를 들고 있던 아저씨가 눈치를 챘는지 내 옆에 서서 바다를 보고 있는 부인에게 소리를 쳤다. 그 바람에 둘이 옥신각신 싸우기까지 하는 것이다. 과연 이렇게까지 하고 사진을 찍어야 하나 하는 생각에 그냥 가버리고 싶었지만 여태 줄서서 기다린 것도 억울하고 지영이가 학교숙제에 여행갔다 온 기록들을 남겨서 스크랩해가야 한다니 인증사진 한 장은 찍어줘야 했다.
그 상황에서 사진을 찍었으니 표정이 곱게 나올 리가 없다. 저 자리를 온전히 차지하기 위해 그 좁은 자리에서 어찌나 소란스러운지..... 여행지에 가면 사람들 구경하는 맛도 있다지만 이건 정말 아니다. 배려를 요구하고 정작 자신은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때문에 나도 화가 나서 결국 한마디 하고 말았다.
"저도 비켜달라고 하셔서 계속 한쪽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잖아요. 이제 저도 사진 좀 찍어야겠으니 잠시 좀 비켜주세요."
내 옆에 섰던 그 젊은 여자는 남편이 계속 뭐라고 해도 짜증섞인 목소리로 한마디 던지고는 다시 돌아서서 그 자리에서 비키지 않았다. 그러다 그 여자 남편이 한마디 더 하자 마지못해 한 걸음을 옮겼다. 우리가 사진 한장을 겨우 찍고 자리를 뜬 이후에도 그 자리 다툼은 이어지고 있었다.
처음 주상절리대에 갔을 때 느꼈던 그 신비한 풍경이 주는 신선함과 놀라움들이 기념촬영에 대한 불쾌한 기억과 뒤섞여버려 씁쓸한 기분마저 들었다. 몇 해전 봄날 비갠 아침에 보았던 주상절리대에 대한 기억, 그대로 기억하고 싶다.
그대로 빠져들 듯 고운 바다색이 마음을 사로잡는 곳, 탄성을 자아내는 신비한 자연의 조각품이 지구가 생성되고 변화되는 역사적 사건의 한 현장이라는 생각에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던 그 봄날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다.
유난히 색이 고운 저 바다를 보며 누구나 신선하고 청량한 기분과 함께 자연의 경이로움에 마음이 넓어지진 않겠지만 조금이라도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 언제든 기회가 닿는 대로 자연 속의 그런 맑고 신선한 에너지들을 더 많이 받아들이고 싶다. 그래서 나는 더 많은 여행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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