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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03~2009>/<2005>

자작나무

by 자 작 나 무 2005. 5. 24.


 

자작나무과 거제수나무

 

노고단 오르는 길에 거제수 나무의 얇은 수피를 벗겨왔다. 떨어지려는 것을 떼어냈는데 지영이가 갖고 싶어해서 하나 더 벗겼다. 저절로 벗겨지게 둬야 하는데... 벗겨지려 하던 것이었지만, 떼어낸 것이 좀 미안했다. 저 나무도 쉽게 벗겨진다고 수피를 벗겨가는 사람들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텐데 나도 거기에 일조하고 온 셈이다.

난 사람들간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느끼는 감도가 월등히 높다. 결코 좋은 게 아니다. 산에 다녀와서 몸이 좀 욱신거리는 것은 아픈 것도 아니다. 그건 행복한 후유증이고 산책을 계속할 것이니 이런 과정을 지나면 내 몸이 더 여물어질 것이라 아파도 참을만 하다.

하지만 말이 오가며 마음에 생긴 상처는 쉽게 풀어지지도 않고 제자리를 찾는데 시간도 오래 걸린다. 뜬금없이 벌어진 일 같지만 아마도 때가 되어서 그러려니 생각해야겠다. 나는 좀 더 냉소적이고 타인의 생활에 무관심한 태도를 지닌 인간으로 변하여갈지도 모른다.

자신을 더 충실히 보호할 수 있는 보호막이 없으므로 사람들을 피하는 것으로 자기방어를 하려 들게 되지 않을까 싶다. 상처 받지 않기 위해 생채기 내는 사람들을 피해 더 깊은 숲으로 숨어들고 싶을지도 모를 자작나무처럼.

가슴, 어깨, 머리에 각각 돌을 하나씩 올려 놓은 것 같아서 숨쉬는 것도 아프다. 내게 좀더 튼튼한 보호막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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