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7-04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 위치한 덕천서원과 함께 남명 선생의 자취가 남아 있는 곳이다. 하늘이 울어도 울지 않는 선비였던 남명 선생의 그림자를 밟으러 다녀왔다. 나는 시대를 관통하는 정신을 흠모한다. 어떤 분야에서건 한 경지를 터득한 이들의 자취는 절로 심금을 울리고 감동을 준다.
산천재(山天齋)
이곳은 남명 조식(1501-1572) 선생이 61세 때부터 돌아가실 때까지 학문을 연구하고 제자를 양성하던 장소이다. '산천(山天)'이란 주역 대축괘로 "굳세고 독실한 마음으로 공부하여, 날로 그 덕을 새롭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선생은 천왕봉이 바라보이는 이곳에서 국왕에게 세 차례 글을 올려, 국가와 사회의 기강을 바로잡을 것과,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할 것을 건의하였다. 우리 정신사에 큰 봉우리인 선생이 학문과 인격을 완숙한 경지로 끌어올린 이곳에서 백성과 나라를 걱정하였던 노학자의 정신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여기서 드디어 아침에 뽑은 앞니 빠진 잇몸을 드러낸 지영이. 안내판에 써진 간단한 한자 중에 아는 것이 있으니 어찌나 신나 하던지..... 뭘 하는 곳인지는 모르고 스쳤어도 처음 이 빠진 날 기념여행이라는 명목으로, 진주에 살 때 자주 가던 지리산 대원사 계곡이며 오가는 길에 지나치기 쉬운 산천재에 들어가 자아 주체를 정립하려는 후인들의 정신세계에 모범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남명 선생의 자취를 어렴풋이 더듬고 왔다.
나는 과연 정신세계를 평정하고 자신의 자리를 지킬 줄 아는 거장들의 그림자 끝에나 서 있는 것일까..... 사철 푸르게 세월이 건넨 풍파에 스스로 가지를 휘어가며 자리를 지키고 선 노송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엄숙함과 존경심마저 들었다. 꿋꿋하게 버티겠다고 마음먹었으면 저렇게 휘어지더라도 제 자리를 지키고 빛을 잃지 않는 것이 그가 풍파를 견디며 몸소 익힌 처세술이며 참 지혜라고 일러주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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