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16일
주말에 문득 섬에 가고 싶어서 딸과 딸 친구와 함께 매물도 가는 배를 탔다.
아이들이 처음 가보는 섬이라 배 안에서 신이 났다.
우리는 김밥과 음료수만 준비했는데, 어른들끼리 온 여행객들은 맥주까지 준비했다.
나도 내 또래 친구랑 맥주도 준비해서 여행을 가보고 싶다.
그런 여행을 해본 기억이 없다.
여름 매물도는 걷기엔 다소 더웠다. 물을 충분히 준비해 가지 않으면 배에서 내리자마자 펼쳐지는 가파른 깅을 오르다가 단박에 지친다.
봄, 가을에 날 잡아 다시 가야겠다. 덥지만 햇빛이 너무나 화사해서 사진을 찍고 보니 매물도는 그야말로 포토제닉상 감이다.
해무가 드리워진 바다는 정말 몽환적인 아름다움까지 자아낸다.
오르막 하나 더 지나고 좁은 오솔길을 지나면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
오솔길 코스를 제외하곤 그늘이라곤 없다. 한여름에 한낮에 걷는 건 별로다.
너무 더워서 가다가 짬짬이 쉬어야 했고, 잠시 사진 찍을 때 외엔 너무 덥고 치져서 이런 풍경을 보고도 아이들은 웃는 것도 힘들어했다.
이 경사진 계단을 내려올 때도 만만치 않지만 올라갈 때는 정말 힘들었다. 내가 먼저 내려와서 한참을 기다린 뒤에야 아이들이 차례로 내려왔다.
이 길이 열리는 시각을 알아보고 배 시간도 정해야 한다.
물때를 잘못 맞춰오면 건너가지 못하고 돌아와야 한다.
더워서 물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아이들 심정이 백번 이해가 되지만, 그다음 대책이 없음으로 발만 잠시 담그고 말아야 했다.
바다가 열어준 길을 지나 등대섬까지 왔지만 딱 여기까지 와서는 지쳐서 더 계단을 오를 수 없다고 포기한 내 딸과 딸 친구.
도대체 그늘이 없으니 숨을 쉬어도 더운 공기가 그대로 흡입될 정도였다.
간신히 꼬드겨서 중턱까지 와서 등대 쪽을 보고 사진 몇 장을 찍었다.
등대 있는 곳까지 오르면 그 뒷편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다음에 좀 덜 더울 때 가서 꼭 등대까지 다녀와야 소매물도를 다 봤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쯤 묵고 아침에 해 뜨는 것도 보고, 저녁에 해지는 것도 보았으면
좋으련만 아쉬움을 남기고 또 다음을 기약한다.
통영으로 귀항하는 배 위에서 아이들 머리카락이 해무에 젖어서 축축해졌다.
그날 유난히 해무가 심해서 섬과 바다가 더 환상적으로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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